정유사, 수조원 설비 투자...석유화학 비중확대
석유화학 "시장 가격 경쟁력 치열해 질 것"
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올해 실적쇼크
2차배터리 소재사업 진출로 불황 타개 노력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세계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발 수요 감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석유화학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가 사업다각화 차원으로 석유화학비중을 확대하자 석유화학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석유화학업 비중 확대를 위해 조 단위 설비 투자를 확대하자 석유화학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석유화학제품 설비투자 확대를 환영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며 "가격경쟁력만 놓고 보면 기존 석유화학사들이 정유사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중동의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시작해 중국 등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유사들이 진입하면서 시장 가격 경쟁력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정유사들은 석유화학사 대비 나프타 원료부터 제품 생산까지 가능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특히 정유사들이 나프타 공급 비중을 갑자기 줄이거나 조절한다면 이를 납품받던 석유화학사들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유사들은 최근 수 조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설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탄소배출 감량 등 친환경 에너지 기조에 맞춰 기존 원유 정제사업 비중을 줄이고 사업다각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코로나 정책 강화로 인한 수요 위축,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악의 업황에 직면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석유화학업체들의 최근 실적은 반토막 났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했고, 금호석유화학 3분기 영업이익은 2305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63%가량 줄었다. SK케미칼도 이 기간 영업이익 49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5% 가량 감소했다.
시황 악화로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요회복 지연으로 설비투자 속도 조절에도 나서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증설계획과 관련 투자금액과 기간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LG화학은 중국, 말레이시아 설비 증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있다. 또 2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진출하며 신사업을 통해 불황 탈출구를 찾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내년 하반기 경 수요가 회복되면서 석유화학업이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대외변수로 인해 업황부진이 이어졌다"며 "중국의 봉쇄가 장기화되며 수요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개선되는 경기 지표에 따라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