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3일 후인 지난 1일 윤희근 경찰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약속한 듯 줄줄이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최아영 사회부 기자 |
그러나 이들의 사과보다 빠른 것은 유족과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금' 지급 소식이었다. 지난달 30일 행안부는 사망자 신원 확인도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구호금 등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게 된다.
또한 다음 날인 31일에는 사망자에 위로금 2000만원과 장례비 최대 1500만원, 부상자에 500만~1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유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지난 1일 오전 예산안을 발표하고 생활안전지원금 24억원, 장례비 13억원 등 약 41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사태 수습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 경찰마저도 지난달 31일 정책 참고자료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지원금을 먼저 언급했다. 해당 자료에는 "빠른 사고수습을 위해 '장례비·치료비·보상금' 관련 갈등관리가 필요하다"며 적은 액수로 인한 이슈화를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행정은 도리어 시민들 간 분쟁을 낳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 상황의 세금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태원 사고는 유가족에게는 슬픈 참사라고 할 수 있으나,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기사화되고 이슈화가 될 때마다 정부의 독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게 여겼다"고 취지를 밝혔고 현재 1만6000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지원금 지급을 반대하는 취지의 글이 쏟아졌다. 한 이용자가 만든 찬반 투표에는 참여자의 약 95%가 '지원금은 말도 안 된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참전용사, 부상제대군인 등이 받는 금액과 비교하며 화가 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족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이 도움은커녕 2차 가해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몸을 사리기 위해 '알아서' 내놓은 대책에 애꿎은 유족과 피해자들만 멍들고 있다.
진정한 사과는 무턱대고 내미는 돈과 행정력이 아닌 정확한 사고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주최 여부나 일선 경찰 꼬리 자르기가 아닌 책임감 있는 규명과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과와 책임 없이 지원금만 덜렁 쥐어주는 보여주기식 위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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