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형' 쇼핑에 초점 맞춘 백화점·쇼핑몰
대규모 모객 따른 고객 안전관리 만전
예약·추첨제로 '오픈런' 사고 없애기도
안전관리 비용 커...대형 행사 부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태원 참사로 모객에 초점을 맞췄던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인파가 몰리는 곳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이 장시간 고객들을 머물게 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안전관리 인원을 늘리거나 이동 동선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치는 결국 비용부담으로 이어져 대형 모객 행사를 재개하는 데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면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온 유통업계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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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점이 물건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yooksa@newspim.com |
최근 유통 트렌드는 단순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한 장소에서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체류형 쇼핑이 대세다. 고객들의 발길을 최대한 오래 잡아두기 위해 인기 브랜드나 맛집, 전시와 같은 콘텐츠를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초대형 전시 이벤트가 줄을 이은 사례도 이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주최로 석촌호수에 띄워진 러버덕, 롯데 자체 캐릭터 벨리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는 벨리곰을 전시한 첫날 주말 평균 방문 고객 수 보다 30% 많은 3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푸빌라를, 현대백화점은 월리 캐릭터를 활용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몰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의 경우 과거와 달리 '반짝 세일'과 같은 단시간 내 인파가 몰리는 대형 할인행사는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이커머스와 대형마트와의 가격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거 '오픈런'에 따른 작은 사고도 모습을 감췄다. 최근까지 한정판 상품을 사기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뛰어드는 고객들 탓에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백화점과 명품 매장들은 예약 번호를 발급하거나 추첨제를 도입하고, 출입 인원을 제한해 매장 내 밀집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구조적으로 발생한 병목현상도 영향을 끼쳤다"며 "백화점의 경우 고객들의 이동동선을 고려해 매장과 매대 위치를 잡아 혼잡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전관리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소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태원 사태와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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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 벨리곰 전시에 몰린 인파 [사진=롯데쇼핑] |
유통기업들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아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ISO45001이 대표적이다. 이 인증은 ISO가 마련한 안전보건 분야 최고 수준의 국제 인증이다.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절차 총 72종을 수립해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한 방침을 세우고, 상황 발생에 따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고객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상황 대응 교육 및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안전의식을 높이고 있다.
다만 당분간 추모 분위기와는 별도로 모객 중심의 적극적인 행사는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집객형 프로모션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별개로 실내외 행사장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안전지침이 내려올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파가 몰리는 모객행사를 대상으로 안전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다만 안전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커 비용 부담에 따라 행사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