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퇴근길 앞다퉈 조문 "안 오면 후회할 것 같아"
"상처 봉합돼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20대 추모객들 "남일 같지 않아"
[서울=뉴스핌] 신정인, 방보경 인턴기자 = "퇴근 하자마자 바로 왔어요. 오늘 회사에서도 다들 평소보다 조금 침체된 분위기로 일했습니다."
31일 오후 여섯시. 한산하던 서울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는 퇴근시간이 다가오면서 30여명의 긴 추모 대기 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 코트나 얇은 패딩을 걸치고 양손을 비비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인턴기자 = 31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합동분향소. 추운 날씨에도 이태원 참사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2022.10.31 allpass@newspim.com |
이날 긴 코트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직장인 한기섭(58)씨도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긴 대기 행렬에 동참했다. 한 씨는 "아이가 둘인데 (참사 희생자) 또래라 마음이 아팠다"며 "회사에서도 오늘 내내 직원들끼리 얘기하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명래(35) 씨는 "쉽지 않겠지만, 상처가 빨리 봉합돼서 유가족들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사회 곳곳의 제도적 문제가 보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해가 지면서 분향소 위쪽에는 하얀 조명이 켜졌고, 대기줄도 점점 길어져 10분 만에 20여명씩 늘었다. 6시 45분이 넘어가면서 대기줄 바깥까지 60여명의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 화단 바닥에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다발 사이로 사진과 손편지들도 눈에 띄었다.
가족이 함께 먼 길을 오기도 했다. 최혜원(41) 씨는 안산에서 15세 딸과 10세 아들을 데리고 1시간 걸려 분향소에 도착했다. 최 씨는 "안 오면 후회할 것 같았다"며 "아이들이 함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도록 이곳으로 오는 내내 지하철에서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인턴기자 = 추모객들이 놓고 간 손편지. 2022.10.31 allpass@newspim.com |
특히 20대 추모객들은 오전부터 늦은 저녁까지 꾸준히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또래로서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태원 근처에 사는 최현정(26) 씨와 신대방동에서 온 조민식(29) 씨는 시간을 달리해 방문했지만,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두 사람 모두 참사 직후 친구들과 '괜찮냐'는 안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것.
최 씨는 "자정이 돼서 일어난 일이었는데도 새벽에 서로 다 전화하고 괜찮냐고 물었다"며 "연락을 아예 안하고 살던 친구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조 씨는 "사고 당일 새벽 내내 친구들과 안부 문자를 주고 받았다"며 "(희생자가) 15명만 돼도 충격인데 150명이 넘는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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