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무순위 청약, 분양가·입지 여건 등에 흥행여부 갈려
과천 '줍줍'에 이어 송파 '줍줍' 수요 몰릴까 관심
"고분양가 책정, 시세차익 기대감 낮아…관심도 떨어져"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청약에 실패한 단지들이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나서고 있지만 지역마다 희비가 갈리고 있다.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옥석 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청약 시장 경쟁률 자체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었지만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온도차가 크다. 그동안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에선 수차례 무순위 청약에도 미달 사태가 이어지는 반면 착한 분양가를 앞세운 단지의 경우 청약 수요가 몰리며 수천대 1의 높은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 부담, 매수 심리 위축으로 청약시장 옥석가리기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분양가가 형성되거나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무순위 청약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투시도 [자료=대우건설] |
◆ 경기도 과천 '줍줍' 높은 경쟁률…송파 거여동 수요 몰릴까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과천에서 진행됐던 무순위 청약에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몰린데 이어 서울 송파에서 예정된 무순위 청약 역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지 주목된다.
서울 송파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계약 취소분에 대한 입주자모집공고가 오는 21일 나온다. 이번에 나오는 줍줍 물량은 총 2가구로, 모두 전용면적 84㎡다. 특별공급(기관 추천)과 일반공급 1가구씩이다.
올해 1월 입주한 이 아파트의 전용 84㎡는 현재 16억~18억원 수준이다.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뛴 상태다. 2019년 당시 분양가는 8억3500만~8억9700만원이다. 업계에선 무순위 청약 분양가격이 기존 공급 가격과 거의 비슷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나오는 무순위 청약의 경우 미달나는 곳이 많았지만,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울 외곽지역이긴 하지만 대단지에 거여역과 가까워 충분히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12일 접수가 진행됐던 '과천 푸르지오 리비엔오'와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무순위 청약에서 수천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천 푸르지오 리비엔오 아파트 잔여 8가구(특별공급 3가구 포함) 무순위 청약에 총 4988명이 접수해 평균 62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5가구에는 총 451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902.2대 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진행된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4가구(특별공급 1가구 포함) 청약에 4169명이 신청해 평균 10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공급 3가구에는 4094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364.7대 1에 달했다.
이번 무순위 청약 흥행은 높은 시세차익 기대감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의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84㎡ 7억9862만~9억1662만원 수준이다.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전용 84㎡가 8억288만~8억338만원에 분양됐다.
인근에서 최근 입주한 '과천자이' 전용 84㎡가 지난 7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격 대비 10억원 이상의 차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무순위 청약 인기 시들…높은 분양가, 시세차익 기대감 ↓
반면 올해 서울 분양 단지에서는 수차례 무순위 청약에도 완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양가격이 인근 구축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미분양 단지는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있다. 앞서 7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가 남았다. 강북구 미아동에 지어진 '한화포레나미아' 역시 4차례 공고를 냈지만 아직 입주가 완료되지 못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되면서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분양가와 단지 규모, 입지 여건 등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분양 시장도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면서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대란이 이어지면서 분양 단지마다 계약금을 낮추거나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는 금융지원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거나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고분양가에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수차례 무순위 청약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집값 하락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의 경우 실수요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