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승희 "발해·고구려 유물 전시했으면 논란 막았을 것"
배현진 "中·日 스타일 유물 고려한 게 의도적인 것"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중국에서 개최된 전시 '동방의 상서로운 한중일 금속 청동기' 출품에 고구려와 발해 유물을 고의적으로 제외한 것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성용 관장은 1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상대로 진행된 국정감사에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서 공개된 연표에 고구려, 발해사가 삭제된 것은 우리 유물을 보내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된 것"이라는 비판에 이와 같이 답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18 kimkim@newspim.com |
황보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중국 전시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고구려와 발해 소장품을 전시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황보 의원은 "우리 박물관 소장품에 발해와 고구려 유물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윤 관장은 "고구려와 발해 유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발해 유물의 상태는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황보 의원은 "고구려실에 화살촉이 있고 발해실에 탁과 뒤꽂이라는 유물이 전시가 돼 있는데 이를 보냈다면 인위로 역사 연표까지 수정해가며 역사 왜곡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 의원은 또 이번 사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 측과 진행한 전시 협약서에서 문제의 빌미가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황보 의원은 "인쇄물, 홍보물과 기타 자료를 보니 '사전에 갑의 동의를 보고 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는데 우리 박물관에서 1차 서신을 보낼 때 '즉시 수정하거나 전체를 삭제하라' 이렇게 보냈다"며 "이 조항을 넣은 것이 중국에서 연대표를 수정하는게 아니라 없애버리라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며 적절지 못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협약서 9조에 나와있듯 분쟁이 생기면 싱가폴 국제중재센터에 제출해 중재를 진행하면 된다"며 "그러면 삭제가 아니라 수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황보 의원은 또 "이런 문제가 제발하지 않도록, 중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도록 중앙박물관에서 제대로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고궁박물관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2.10.11 leehs@newspim.com |
이날 배현진 국민의희 의원도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중국 전시에 의도적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유물을 배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의원은 "보물 1878호로 지정된 청동기 유물인 광개토대황명 청동그릇'이 이번 전시에 보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윤 관장은 "유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내지 않았다"며 "유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면서 의도적으로 유물 전시 목록에 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을 의식해서 보내지 않은 것이냐는 질의에 윤 관장은 "중국을 의식해서 삼국시대 유물을 전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일본에 없는 유물을 선택하고 고려와 조선에 쓰는 불교의식 중 제례와 관련한 불교 공예품을 중심으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배 의원은 "중국, 일본과 다른 스타일의 유물을 고려했다는 것 자체가 의도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속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 문화 문제, 일본식민사관 전시, 동북공정 전시 등 똑같은 문제 의혹을 사는 자체가 황당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관장은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22.10.18 kimkim@newspim.com |
김윤덕 민주당의원은 중국박물관과 협약에서 '번역권'과 '편집권'을 중국 측에 준 것이 문제라고 봤다. 김윤덕 의원은 "의혹이 가는 것은 협약을 맺을 때 편집과 번역권을 중국이 갖고 있다"며 "나중에 최종 갑의 동의가 있다곤 하지만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들어보니 이렇게 되면 원천적으로 편집과 번역에 대한 우리의 통제권이 약화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호송관이 갈 수 없다는 상황을 분명히 했고, 주중대사관과 노력할 부분도 놓쳤고 고구려와 발해의 유물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시되지도 않았다"고 문제를 꼬집었다.
김윤덕 의원은 고구려사를 전공한 윤 관장에 "지금 현재 중국에서 동북공정을 진행하면서 여러 외교적 마찰이 있다"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박물관 측에서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묻자 관장은 "이렇게까지 할 거라 생각 못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제는 중국이 삼국도 인정하지 않는다. 굉장히 우스운 일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물관에서 고개를 숙이는 일 또한 한 두번이 아니다"면서 "국제적인 관례도 있고 향후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칙과 규범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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