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어르신 키오스크 현장 교육
"1회로는 부족해...반복 교육해야"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키오스크? 불편해서 사용 안 한다. 오늘 배운 거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사용할 텐데...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금방 잊어버린다."
17일 동묘역 롯데리아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 앞에는 어르신 40여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란 화면 앞에 선 어르신들의 검지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화면 위를 헤맸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활동가로부터 키오스크 교육 받는 어르신들 2022.10.17 mrnobody@newspim.com |
대한어머니회 소속 어르신 활동가들은 연신 "햄버거 누르시고", "카드 꽂고"를 외치며 스크린 위에서 망설이는 어르신들의 '손가락 길잡이'가 돼 주었다.
서울시와 대한어머니회가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가는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 중이다. 어르신들이 어르신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패스트푸드 등 상점을 함께 찾아 키오스크로 메뉴 선택부터 결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차근차근 체험해 보는 방식이다. 이른바 '노노(老老)교육'이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조규순(77세) 씨는 "나이 먹어서 이렇게 배울 기회가 있어서 좋다. 지금은 인터넷 뱅킹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면서 "원래는 기계(키오스크)만 서 있는 곳은 안 가고 사람 있는 곳만 갔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기차표 예매라든가 유튜브 사용법 같은 것도 교육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에 224번 영수증을 들고 있던 김봉순(78세) 씨는 "직접 해보니까 기분 좋고 재밌다"며 "다음에는 혼자와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참석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메뉴인 ▲새우버거 ▲모짜크림치즈볼 ▲오렌지를 주문했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활동가로부터 키오스크 교육 받는 어르신들 2022.10.17 mrnobody@newspim.com |
반면에 아직도 '폴더폰'을 사용할 정도로 평생 디지털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이정자(86세) 씨는 일회성 교육 효과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배우면 좋긴 한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금방 다 잊어버린다"면서 "오늘 한번 배운다고 어떻게 알겠나. 여러 번 반복해서 교육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수자(82세) 활동가 또한 "반복이 중요한데 일반 가게에서는 뒤에 눈치가 보여서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라며 반복의 중요성 및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을 맡은 어르신 활동가들은 전문 강사로부터 약 2달간 키오스크 교육 특별훈련을 받았다. 사물실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놓고 강사의 지도 하에 수십 차례 직접 스크린을 터치하고 혼자서 익히는 시간도 가졌다. 덕분에 활동가 어르신들은 남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키오스크 전문가가 됐다.
박양우(64세) 활동가는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 영화관을 가거나 음식을 먹을 때 제가 친구들 주문까지 대신 해주는 '리더'가 됐다"며 교육에 대한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에 오늘 현장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은 이날 1회 교육 이후 다음 교육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교육 또한 어르신이 스스로 전 과정을 진행했다기보다는 옆에서 도와주는 활동가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 것에 가까웠다.
이승민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선 의미있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 또래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해당 디지털 격차 해소 사업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면서도 "반복이 아닌 일회성 교육이라는 점에 있어 디지털 격차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Mrnobo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