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만도, '주주보호방안' 마련해야...기업부담↑
한화솔루션·코오롱글로벌 등 '인적분할' 결정 증가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물적분할을 둘러싼 주요 기업들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금융당국,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 DB하이텍에 이어 풍산까지 물적분할 결정을 철회하며 '백기'를 들었다.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 만도, 이마트 등 물적분할 및 자회사 동시상장을 계획중인 기업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주주들의 반발이 적은 '인적분할을 결정한 기업들이 증가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전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방산사업 물적분할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설계 사업부의 분사를 추진하다 지난달 철회를 결정한 DB하이텍에 이어 벌써 두번째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해당 지분을 모회사가 100% 소유하는 방식의 분할이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상장되면 모회사 주가가 폭락해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대응도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반대 연대'를 꾸리고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에 나서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치권에 물적분할 관련 회사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해 류진 풍산 대표이사가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와 함께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법, 제도 규제 강화되면서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분할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이 미흡하다고 거래소가 판단하는 경우 상장을 제한하도록 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거래소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내년 1분기 안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자료=금융위원회] |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재상장 이면에는 복수 상장으로 인한 더블 카운팅, 이로 인한 한국 시장 저평가 요인이라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마트와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한 SSG닷컴과 SK온은 상장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SSG닷컴은 내년, SK온은 2025년 이후 상장을 추진중인데 둘다 '물적분할 후 5년내 상장한 회사' 규정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CJENM의 티빙과 만도의 HL클레무브, 최근 자동차·태양광소재 부문에 대한 물적분할 추진을 발표한 한화솔루션도 긴장감이 높아진다. 이들 기업을 앞으로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주주환원책을 내놔야 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인적분할로 방향을 전환한 기업들이 증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기존 법인과 세법인의 주식을 나눠가져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이 적다.
최근 공시를 낸 한화솔루션은 자동차·태양광소재 등 첨단소재 부문 물적분할과 함께 갤러리아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과 코오롱글로벌도 각각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설립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물적 분할과 이중 상장을 기업가치 제고 여부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강하게 규제할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헤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하고, 이를 위해 물적분할 자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신주인수권,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검토중"이라며 "보완책들을 도입후 투자자들의 판단에 맡기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