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워크아웃 후 21년 만 주인찾기
"시장독과점 우려·노조 반대 넘을 듯"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20년 넘게 '매각설'만 난무했던 대우조선해양이 마침내 새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이 유력 인수후보로 낙점됐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 매각 방안을 논의하면서다. 산업은행은 한화를 인수 후보자로 정한 뒤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졸업한 뒤 여러차례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지만, 당시 기업가치가 6조원에 육박했던 탓에 최종 인수에 이르지 못 했다. 한화 외에도 당시 포스코와 GS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 경쟁을 벌였지만, 대우조선의 몸값이 문제였다. 대우조선의 기업가치를 놓고 포스코와 GS 간 이견이 생기면서 컨소시엄이 해체됐고, 인수작업도 불발됐다. 한동안 새 주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또 다시 '희망고문'에 시달린 건 2019년 들어서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고, 해외국가에 기업합병 심사를 요청했으나 유럽연합(EU)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업계 1·2위 합병으로 인한 시장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합치면 전 세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현대중공업 기업합병까지 무산되자 업계선 비관적인 목소리가 팽배했다. 그 사이 대우조선의 적자규모가 커진 탓에 매수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꼽혔다. 대우조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 했다. 2분기 손실 규모(955억원)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따른 조업 손실로 적자 폭이 커진 탓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진 않다. 대우조선을 찢어 매각하는 '분리매각'이 현실적인 매각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날 한화그룹이 '통매각'으로 인수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우조선 내부선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우조선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갑작스러운 매각 타진도 반가운데, 기대하지 않았던 통매각까지 빠르게 추진되고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분리 매각과 관련해 노조 반대가 만만치 않았는데, 이번엔 통매각 추진인 만큼 노조 반대도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 전체를 통으로 인수하기 위해 내부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오랜 기간 공들여 인수 작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넘지 못했던 '시장 독과점 장벽'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