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당 비상상황을 근거로 거듭 비대위를 설치했다. 전날 갓 태어난 '정진석 비대위'는 주호영호가 해산한 뒤 탄생한 시즌2 비대위다.
국민의힘은 비상상황 근거를 만들기 위해 당헌을 개정했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당헌 개정 이유를 친절히 설명했다. 친절히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준석 전 대표 측의 주장 때문이다.
윤채영 정치부 기자 |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한 과거 사실을 두고 당헌 개정을 한 것은 '소급입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절차적 모호성을 개선한 것이고 이는 추후에도 적용되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소급 적용이 아닌가" 기자도 현장에서 내내 물었지만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장에서 매일 보고 듣는 기자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데 국민은 온전히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다.
지난 추석 고향에서 만난 친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국민의힘 심각하던데...근데 그냥 권력 싸움이잖아. 비상은 국민이 비상이지"
맞는 말이다. 진짜 비상상황은 국회 밖에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겨 차가 침수되고 일부 지하철역은 운행이 중단되는 등의 피해가 생겼고 국민들은 이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가며 영남권 일부를 잔혹하게 할퀴고 갔다. 그중 포항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표 지역으로 일주일이 넘도록 피해 복구가 한창이다.
하수도·하천 시설 정비가 제대로 되지 못해 발생한 피해는 모두 인재(人災)다. 이번에 제대로 복구가 안되면 언제 또다시 들이닥칠지 모를 재앙을 앞둔 현실이 '비상상황'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비상상황이 단지 이뿐이겠냐마는.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으로 당이 오늘내일하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후임은 누가 될 것인지,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내려놓은 부의장은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집중 공세를 받는다.
집권 여당이 된 지 두 달 만에 당이 비상상황이어서 민생 관련 대책, 제도적 정비에 관한 질문은 뒷전이 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든 당을 탓하게 된다.
국민을 대변해 민생 입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과 국회의원의 '답변'이 이제는 더 이상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결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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