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캐나다·영국 등서 시행, 장단점 뚜렷
레이건 '위대한 소통자', 트뤼도 코로나 극복 상징
설화 빈번…바이든, 마이크 잊고 기자에 욕설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법치'에 대한 기대 속에 출범했지만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등 초기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뉴스핌은 윤석열 정부의 시행착오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방안을 전문가 진단을 통해 제안한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담 이른바 '도어스테핑'을 통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입기자 1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에서도 도어스테핑을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처와 참모들이 만류해 중단을 결정했지만, 다음날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곧바로 답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
도어스테핑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이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출근길 약식회담이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제되지 못한 윤 대통령의 표현 방식이 논란을 일었고, 정부의 혼선 논란까지 키웠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먼저 모두 발언을 진행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형식을 바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준비되고 정리된 방식의 도어스테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모습 [사진=대통령실] 2022.07.19 dedanhi@newspim.com |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지지율 하락 원인됐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기자들과 만나 약식회견을 진행했다. 최초에는 질문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발언으로 인한 논란이 이어지자 현재는 약 2~3개 정도의 질문만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약식회견에서 당시 핵심 이슈였던 검찰 편중 인사, 영부인 관련 논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해 문제 등에 대해 직접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내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비판 여론의 원인이 된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장관 부실 인사 지적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방법을 알려주시죠"라고 해 비판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52시간제 개편 발표 다음 날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 정부 엇박자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배드민스터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kckim100@newspim.com |
◆도어스테핑, 미국·영국·일본·캐나다서 시행
소통 장점 있지만, 즉흥적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도
도어스테핑은 미국·일본·영국·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최임 초 어려운 미국 경제와 낮은 지지율, 아내 낸시 여사의 역술인 관련 소문이라는 악재를 겪었지만, 도어스테핑을 잘 활용하면서 '위대한 소통자'라는 칭호까지 들었다.
일본에서 도어스테핑을 처음 시작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막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파벌정치 관행을 깨고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극장 정치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당내 비주류였던 고이즈미 총리가 5년 5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도어스테핑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하루 2번, 여러 명이 매달리듯 둘러싸고 대화한다는 의미의 '부라사가리'를 진행했는데 질문에는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오전에는 사안을 자세히 설명하고 오후에는 합축적으로 발언해 정책 이슈를 선명하게 부각했다.
[벨고로드 로이터=뉴스핌] 주옥함 기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wodemaya@newspim.com |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역시 코로나 펜데믹이었던 2020년 3월 이후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트뤼도 총리는 총리실 관저 문 앞에서 아침 도어스테핑을 시작했는데 두툼한 노트를 들고 나온 총리가 코로나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트뤼도 총리의 도어스테핑은 코로나 극복 과정의 중요한 상징이 됐다.
그러나 약식 회견의 성격상 도어스테핑은 선진국의 정상들도 설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도어스테핑을 활용한 대통령이었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휴가지인 자신 소유의 골프 클럽에서 기자들에게 "전례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도래로 정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기자의 지적에 "멍청한 개자식"이라고 해 논란이 됐다.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른 채 한 혼잣말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기자에게 사과해야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8.08 photo@newspim.com |
◆전문가 도어스테핑 평가 "역대 정권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도, 긍정적"
보다 준비된 방식의 변화 주문, 목요클럽 등 소통방식 다변화도 제안
한국의 국민들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험이 많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한 의지는 평가받을 만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들을 직접 만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역시 "역대 정권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도로 위대한 변화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준비된 방식으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최진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도어스테핑과 같은 방식은 영화배우 출신으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능했던 레이건 대통령같은 사람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준비된 도어스테핑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어스테핑 횟수는 일주일에 1~2회로 줄어야 하고 명확한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질의응답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도어스테핑은 대통령과 질문하는 기자들의 사적인 질문이 아니라 국민이 질문하는 약식 회견으로 대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보다 보다 절제된 방식의 표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원 교수 역시 보다 준비된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 교수는 스웨덴의 타게 에를란데르 전 총리의 소통 방식인 목요클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에를란데르 전 총리는 스웨덴의 좌우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 매주 목요일 만찬을 통해 노사정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의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 보다 정제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계기로 현재의 낮은 지지율을 반전시켜야 한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