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2022년은 우리 정치사에서도 특이한 해다.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연달아 열리면서 상반기가 '선거 정국'으로만 훌쩍 지나갔다.
그래도 국회를 53일이나 빈 집으로 둔 건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후반기 원 구성 지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네 탓 내 탓 하는 동안 국회는 2달여 간 텅 빈 채 개점휴업 상태로 있어야 했다. 그 사이 청문회 없이 임명된 새 정부의 내각 인사는 자그마치 4명이다. 민주당은 '청문회 패싱'이라며 정부를 비판했지만 상임위원장 몇 석 더 사수하는 게 그보다 더 대의를 위한 일이었을까.
고홍주 정치부 기자 |
정부 조직이야 수장이 없어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이지만 국회는 입법을 하는 곳이다. 국회의 컨베이어 벨트가 중단되면 당장 입법의 공백이 생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개정 기한을 둔다. 갑자기 효력이 사라지는 데 따른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에 기한을 정해 과제를 주는 것이다. 낙태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회는 개정 기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입법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다.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린 이른바 '윤창호법'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기한을 지키지 못한 탓에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모호한 혼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뿐인가. 21대 국회는 코로나19와 함께 개원했다. 벌써 3년째 이어지는 준(準) 비상상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가 더해져 민생은 파탄 수준이다. 후반기 국회는 전반기 국회보다도 더 가열차게 달려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5월 30일 이후 여야 모두 당권 경쟁이나 원 구성 협상을 두고 기싸움에 몰두했을 뿐 민생고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었다.
51일간 지속됐던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은 지난 22일 종료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회의 개점휴업도 53일 만에 끝이 났다. 양자 모두 휴업을 끝내고 노동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양자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인한 가동 지연에 손해배상책임을 질 위기에 처해있지만 국회의원들은 기한을 어긴 것에 대해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사과도 없다. 뒤늦게라도 국회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원 구성 협상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 공백에 국민들은 한숨만 쉴 뿐이다. 대체 국회는 누구를 위해 열릴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