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 위험자산 비중 2008년 10월 이후 최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주식시장 바닥을 시사하는 투자자들의 항복 신호가 포착됐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ofA의 월간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자산 비중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현금 비중은 2001년 이후 최대치로 늘었다.
또 평소보다 리스크 비중을 낮게 가져가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58%로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도 높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BofA 전략가들은 글로벌 성장 및 실적 전망이 역대 최저치로 가라앉았고, 침체 기대감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닥으로 가라앉은 투자 심리를 '완전 항복(full capitulation)'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항복 상태'란 상당수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굴복해 단기간에 대규모의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항복 상태를 지나면 대개 반등이 이어진다.
고민에 빠진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펀드매니저 25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BofA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큰 꼬리 리스크로 지목한 것은 높은 인플레이션이었다. 꼬리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이 낮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번 위험이 발생하면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를 뜻한다.
인플레이션 다음으로 지목된 꼬리 리스크는 글로벌 경기 침체, 중앙은행들의 매파 기조, 체계적 신용 위험 순이었다.
다만 대부분의 응답자는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내려와 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것이란 낙관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으나, 경기 위축 위험이 여전히 높아 투자심리는 짓눌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 겨울 심화될 유럽에서의 에너지 위기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BofA 전략가들은 자체 '강세 및 약세장 지표(bull & bear indicator)'가 여전히 '최대 약세장(max bearish)'을 가리키고 있으나 이는 단기 랠리의 역발상 신호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 하반기 펀더멘털은 취약하나 투자심리는 수주 내로 증시나 신용 시장 랠리가 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다만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전략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고 침체 가능성도 고조되는 만큼 증시 랠리가 나와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시가 미국의 경기 위축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BofA 서베이에서 주식 투자자들은 유로존과 일본 증시를 특히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은행주와 기술주, 소비재 등에 대해 특히 비관적인 입장이며 원자재 관련 비중도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달러와 유가, 원자재,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자산 및 현금 롱베팅에 몰린 반면 미국채에는 숏베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