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공급가 최대 40% 인하
부작용 및 오남용 우려도 있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서울 일대 병원에서 사전 예약이 시작됐다. 지난해 출시 이후 국내 시장을 장악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약가를 낮추며 맞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간 정면 승부가 예고되면서 국내 비만약 시장 재편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서울과 경기권 소재 일부 병원들은 환자들을 상대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서울 일대 한 병원은 마운자로 4주분 2.5mg을 처방전 포함 35만 원에, 5mg은 45만 원에 예약받고 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8월 19일에 마운자로가 입고될 예정"이라며 "사전에 예약한 환자들은 순차적으로 병원에 내원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검색을 통해서도 마운자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병원들의 홍보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병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사전 예약 홍보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예약 후기와 가격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출시 초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운자로의 공급가는 2.5mg의 경우 28만 원, 5mg은 37만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다만 국내에는 저용량 먼저 출시하되 고용량은 추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운자로의 공급가가 책정되자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공급가를 최대 40%까지 인하하며 맞불을 놨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0.25㎎, 0.5㎎, 1.0㎎, 1.7㎎, 2.4㎎ 등 5개 용량 공급가를 한 펜당 약 37만 2000원에 책정한 바 있다.
병원에 따라 소비자 가격은 40만 원에서 70만 원대까지 형성됐으나, 이날 오후 기준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서는 0.25mg 용량 한 펜 기준 24만 원대까지 처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는 국내 비만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급가를 낮췄다는 입장이지만 마운자로 출시를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노보노디스크 제약 관계자는 "위고비의 가격 정책을 조정해 국내 비만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치료 접근성을 한층 높일 예정"이라며 "환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통해 한국의 비만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운자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와 GIP(위 억제 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로, GLP-1 단일 작용제인 위고비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크다. 임상시험에서 위고비 대비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 성인 비만 환자 751명을 대상으로 한 위고비와의 비교 임상에서 투약 72주 후 마운자로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20.2%로 나타났으나, 위고비는 13.7%에 그쳤다.
이에 체중 감량 효과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마운자로(미국 제품명 젭바운드)가 위고비의 점유율을 앞섰다. 아이큐비아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릴리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마운자로가 미국 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한편, 노보노디스크는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68주간 진행한 STEP1 연구에서 위고비를 투약한 3명 중 1명의 환자가 20% 이상의 체중 감량 결과를 보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위고비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 감소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인이 포함된 글로벌 임상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비만 환자에서 유의미한 체중감량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일관되게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국내 유통 전략은 가격 경쟁과 맞물려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보노디스크는 국내 전통 제약사 종근당과 손잡고 공동 판매를 진행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출시에 앞서 마케팅 및 영업부 인력을 보강했다. 향후 국내 제약사와 공동 판매에 나설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올해 마운자로에 대한 국내 환자 및 의료진들의 높은 관심과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및 영업부 인력을 보강했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제약사와의 공동 판매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으나, 환자 중심 가치를 바탕으로 국내 환자 및 의료진들에게 원활하게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뜨거운 시장 열기와 달리 비만치료제 열풍이 부작용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치료제 모두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피로와 두통, 어지러움도 발생할 수 있다. 담석과 담낭염, 췌장염 등의 부작용 위험도 있다.
특히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나 고혈압과 당뇨병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의 과체중 성인에게 처방하는 게 원칙이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BMI 측정 없이 무분별하게 위고비를 처방하고 있어 오남용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환자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처방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며 "BMI 기준 등 적응증을 엄격히 지켜야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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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사진=일라이릴리] |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