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으로 시중은행 금리 상승
증시는 부진…하반기 머니무브 가속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미국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던 5000만원을 전부 매도하고 예수금으로 남겨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양적긴축 상황을 보며 매수 시점을 쟀던 A씨는 당분간 은행에 돈을 넣어둘 계획이다. 매수할 주식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3%대까지 올라서다.
A씨와 같이 주식과 부동산 등에 넣었던 돈을 은행 예·적금으로 이동시키는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이후 은행 예·적금 금리가 줄줄이 상승하는 것.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은행 수신 잔액은 221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2136조1000억원)과 비교해 74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저축성 예금 잔액은 1470조6523억원에서 1511조2456억원으로 40조5933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을 빼고 정기예금만 보면 744조1000억원에서 790조1000억원으로 46조원 증가했다.
반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12월 67조5307억원에서 지난 6월 57조3567억원으로 6개월 동안 10조원 넘게 줄었다.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은 돈으로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이다.
증시 하락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주식에 투자될 돈이 안전한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및 기업 자금이 유입되면서 정기예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상품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
하반기에는 투자 자금이 은행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최대 0.6~0.9%포인트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 이에 따라 예금과 적금 금리가 각각 3%대, 5%대인 상품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2.75~3%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적금 상품 매력이 계속이 높아지는 여건이다.
증시 부진도 은행 예·적금으로의 뭉칫돈 이동을 이끄는 요인이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말 2977.65에서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2330.60까지 주저앉았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올해 말에는 20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이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저축성 예금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다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자산 쪽으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