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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물가에 재래시장은 '썰렁'…샤넬 매장은 밤샘 '오픈런'

기사입력 : 2022년07월05일 14:44

최종수정 : 2022년07월05일 14:44

샤넬 50일에 1번꼴로 가격 인상..."매일 줄서는 사람 있다"
소상공인 "30만원도 못 벌어...외환위기(IMF) 보다 장사가 더 안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어젯밤에 백화점에 와서 의자에서 자면서 밤새 기다렸다"

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입구엔 우산을 든 남녀가 100m가량 줄지어 10시~10시 30분인 샤넬 매장 개점 시간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체감 온도는 35도로 폭염과 소나기가 예고됐다. 대기 번호 1번을 받은 20대 남성은 캠핑용 의자를 보며 "간밤에 모기가 달려들어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며 "오전 10시쯤 샤넬 매장 개점 시간에 맞춰 의뢰인이 오는 데, 시간당 1만원씩 1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대기 번호 2번을 받은 한 회사원은 "대휴를 내고 샤넬 클래식 계열의 핸드백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 소비 양극화 심화...6월 소비자 물가 최고치 경신해도 명품 선호↑

고물가 기조 속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때 수준인 6%로 뛰고 식자재와 외식비,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명품 매장 앞에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은 현재진형행이다.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본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백화점 입구와 이어진 지하 1층 통로엔 롯데백화점 본점보다 2배 많은 약 35명이 투명한 비닐 돗자리나 부직포 깔개를 펴고 잠을 청하거나 핸드폰을 보며 샤넬 매장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백화점 입구와 연결된 지하 대기장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 바람 한 줌 들어 오지 않아 대기자들은 음료를 마시며 연신 부채질 했다. 

인근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양치질과 세면을 하며 대기장을 오가는 이들도 여럿이다. 이날 만난 한 대기자는 "원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 또 왔다"며 "어떤 물건이 언제 들어 오는지 샤넬에서 알려주지 않아 한달 내내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여럿"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순서를 기다리며 쪽잠을 자고있는 한 30대 여성의 발치엔 직경 20cm짜리 쇼핑백엔 샤넬 로고가 박힌 상자가 보였다.

경비원 A씨는 "근처 롤렉스 시계 매장에도 이 정도 인원의 사람들이 밤새 줄을 선다"며 "매일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대기 인원이 적은 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샤넬코리아는 올해 국내 제품 가격을 50일에 1번꼴로 인상했지만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 사람들이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주 샤넬코리아는 핸드백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2·7·9·11월 4차례 가격을 올렸다. 올해 1·3월 두 차례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쥬얼리와 신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237억원, 2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6%, 66.9% 실적이 급증했다. 올해에도 샤넬코리아는 호실적을 기록할 조짐이다.

5일 오전 8시경 서울 중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입구에서 사람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 아침 9시에도 셔터 내린 매장 대부분...소상공인 한계 상황

같은 시각 명품 매장 건너편에 있는 서울 남대문 시장 거리엔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보다 짐을 나르는 배달원과 상품을 정리하는 상인이 더 많다.

오전 9시가 넘었지만 150m가량되는 남대문 시장 한 켠에 있는 골목길 양쪽에 위치한 30여 개 점포 중 문을 연 가게는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개점 준비를 하는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30년 넘게 남대문 시장에서 옷을 판매했다는 한 상인은 "한 달에 30만원을 쥐기가 어려울 정도로 외환위기(IMF)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며 "보통 새벽 6시부터 점포들이 문을 열기시작해 이 시간이면 대부분 여는 데, 손님이 없어 나오는 게 손해니 오전 11시 이후에 여는 곳이 많다"고 하소연 했다.

가방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5월 초에 반짝 손님이 있다가 물가가 오르면서 손님이 다시 줄어들었다"며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손님 만가기가 더 어려울 거 같다"고 우려했다.

5일 오전 9시경 서울 중구에 있는 남대문시장에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서울=뉴스핌]

소상공인들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같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도 버텨냈지만 원재료와 금리,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운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국내 자영업자 대출잔액 규모는 올해 1·4분기 기준 960조700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40.3% 증가한 수치다.

임용균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 양극화로 소비도 가성비와 명품 소비로 양극화 되면서 기업도 전략적으로 양극단의 시장을 취사 선택하고 있는 데 이와 같은 현상은 명품과 같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르러지게 나타난다"며 "정부 정책은 고소득층을 위한 세제 해택에 맞춰있는데,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의 소비진작을 위한 감세 정책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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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尹 조사일 변경 요청 거부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소환 조사일 변경 요청을 거부하고, 이번 주 내 출석 일자를 다시 통보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이에 불응할 경우, 형사소송법상 마지막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예고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30일 오후 5시 30분쯤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후 4시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부터 금주의 특정 일자를 지정한 출석 기일 변경 요청서를 접수했다"며 "특검 내부 논의 결과, 기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고 이를 변호인에게도 통지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내란 특별검사팀에 2차 소환 조사일을 '7월 5일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29일 새벽 1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1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는 윤 전 대통령 모습. [사진=이형석 기자] 이어 "내일(7월 1일) 출석에 불응할 경우, 즉시 금주 중에 있는 특정 일자와 시간을 지정해 재차 소환을 통보할 예정이다"라며 "만약 그때도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상 마지막 단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당초 7월 3일 이후 출석을 요청했으나, 최근 의견서를 내고 7월 5일 이후로 출석 일자를 더 늦춰달라고 재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은 한 차례 기일 변경 요청서를 제출함으로써 오는 7월 1일 소환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특검은 7월 4일 또는 5일로 재소환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금주의 중 정할 특정일자는 4일 또는 5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마지막 단계의 조치'와 관련해 해당 내용이 체포영장 청구 이상의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박 특검보는 '마지막 단계로 체포영장 청구가 있는데, 출석 불응 시 검토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출석을 불응하는 경우에 체포영장이 될 수도 있고, 그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고 이런 여러가지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주장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의견서를 보내면 특검 측이 검토하고, 이런 (모든) 과정이 협의라고 생각한다"며 "저 쪽(윤 전 대통령 측)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만이 협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내란 특검은 지난 28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오는 30일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의 이유,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7월 3일 이후로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의 사정 등을 고려해 하루 늦춘 7월 1일로 날짜를 재통보하며 2차 소환조사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날짜를 미뤄달라고 이날 다시 요구했다. 특검은 현재 윤 전 대통령 측의 수사 방해 행위를 수사하기 위한 경찰 인력 3명을 경찰청에 요청하는 한편, 오는 1일 2차 소환 조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yek105@newspim.com 2025-06-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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