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R&D 예산 배분 취지 강조
기초연구 위축·선택적 연구 지적 이어져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새 정부들어 과학기술의 국정운영을 비롯한 과학경제시대를 외쳐댔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체와 차세대원전 등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 챙기기에 급급해 기존에 추진해 왔던 장기 R&D 기조는 사라졌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확정한 '2023년도 주요 R&D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내년도 주요 R&D 예산 규모는 올해 24조2000억원 대비 1.7% 증가한 24조7000억원 규모에 그친다.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고 국민 체감성과를 창출한다는 취지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년 대비 9.7% 증가율을 보였던 2021년 주요 R&D 예산에서 불과 2년만에 1%대로 증가율이 낮아져 과학기술계의 원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7~2023년 주요 R&D 예산 배분·조정안의 증가율을 보면 2017년 0.4%, 2018년 1.3%, 2019년 0.06%, 2020년 2.9%, 2021년 9.7%, 2022년 4.6% 등을 나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후반기 낮은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초반 증가율이 낮았다. 다만 디지털 뉴딜, 감염병, 탄소중립 등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주요 R&D 예산의 증가율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코로나19를 겪어오면서 체감했을텐데,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스스로 그 중요성을 낮추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최근에 들어서야 코로나 국산 백신 허가가 임박할 정도로 감염병 분야는 초기인데, 확진자가 줄었다고 관심밖에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강조해왔던 인공지능 분야가 다소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를 한데 묶어 R&D 예산을 배분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반도체와 차세대 원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상당부분 반영한 모양새다. 반도체 분야에서 디스플레이 예산이 8.5% 가량 늘었는데, 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원전 분야에서는 차세대원전이 50.7%의 증가율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해왔던 기초연구 분야는 위축된 모습이다. 기초연구 분야의 경우, 2018~2020년 20%대를 나타낸 이후 2021년 15.8%, 2022년 8.5% 증가율을 보인 만큼 그동안 상당한 예산 투입이 됐다는 게 과기부의 판단이다. 이렇다보니 기초연구에 투입하는 예산을 계속 늘리는 등의 추세를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R&D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예산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중요하나 내년도 경제 상황과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다보니 증가율이 낮게 나타난 것"이라며 "지출 조정 등을 통해 신규 사업이나 주요 정책 분야에서의 꾸준한 예산 증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