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금감원장, 조사와 징계만 강조
검사의 시각, 산업이 아니라 처벌 아닌가
국내외 금융위기상황, 시장 관리감독해야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금 융 검 찰 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금융시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등 경제범죄수사 전문 검사가 금감원장이 되니, 금융감독원에서 '감독'을 빼고 '검찰'을 넣어 나온 단어이다. 금감원이 수사기관으로 변할 것이란 금융권의 우려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시절 함께 일한 후배 검사로 최측근인 이복현 원장이 검사의 기질대로 금감원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 관리감독부처인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적기 때문으로, 정통 관료 출신인 김주현 금융위원장보다 이복현 원장이 윤 대통령과 가깝다.
이복현 원장이 취임 후 처음 기자들에게 한 멘트도 '조사'였다. 그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관련된 것들은 개별 단위 펀드 사건별로 모두 종결되고 이미 넘어간 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금감원장의 국내외 금융시장 현실 인식에 대해 매우 실망스런 발언이다.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은 스테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ECB(유럽중앙은행)는 물론 한국은행도 1%p에 그치지 않고 최대 3%p에 달하는 기준금리를 올해안에 올리겠다고 한다. 이 같은 인상폭은 수십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가 등 고물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두려하고 있다는 증거다. 코스피는 3600선에서 2600선까지 무려 1000p나 빠졌다.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이를 막느라 외환보유고는 3개월째 감소했다. 전세계가 비상 긴축이다. OECD 1위인 국내 가계부채 수준은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글로벌 정세도 전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우리경제는 이른바 복합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장이라면 ▲ 급격한 시장변화 모니터링 ▲ 외화사정 등 건전성 감독 ▲ 가계부채 위험 관리 등의 메시지를 내놔야 맞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글로벌 최고수준의 '완전 개방' 체제로 전세계 모든 금융상품과 실물자산투자가 가능하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내외 자금이 오가고, 이 중에는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노린 해외 투자가들도 있다. 위기가 닥치면 이런 자들이 활동한다. 이런 걸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금감원이다. 윤 정부가 들어서며 기업들이 1000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이 돈은 안정된 금융시장에서만 조달된다. 조사와 제재가 이뤄지고 법원판결까지 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재조사하겠다는 것은 금융시장에 관련된 기업인과 금융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이복현 원장은 소비자보호 등 금융시장의 공정성은 회복하되, 금융환경의 안정된 관리와 금융먹거리를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는 인식이 필요하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