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성공할 것"...한켠엔 성공에 대한 부담감
"실패는 하나의 옵션, 실패가 없으면 혁신도 없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의 2차 발사일이 다음달 15일로 확정됐다. 발사 당일 기상상황에 이상이 없다면 오후 3∼5시 사이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다시 한 번 힘차게 날아오르는 누리호를 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가 3단 산화제 탱크의 설계 실수로 '미완의 성공'에 그쳤지만, 2차 발사 준비 과정에서 이를 보완한 만큼 이번에는 '완벽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상당하다.
이윤애 산업1부 기자 |
1차 발사에서 이미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모형 위성 분리 등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목표고도 700km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3단 엔진 연소가 일찍 종료되면서 위성 모사체를 목표궤도에 올려놓지 못해 최종적으로 임무에 실패했다. 원인은 3단 산화제 탱크의 설계 실수였다.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설계를 반영해 보완했고 그외의 제품은 1차와 동일하게 납품했습니다"며 목표고도에 도달했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번의 실패는 없죠. 반드시 성공 할 겁니다"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가득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다음 달 15일 성공할 누리호 2차 발사만 기다리면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재차 물었다. 그러자 두 관계자 모두 목소리가 차분해진다. 그리곤 가슴 속에 간직해뒀던 이야길 꺼낸다.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다.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형 이벤트인데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죠"라고 말했다. 나머지 한 관계자는 1차 발사를 '미완의 성공'이라 평가하는 만큼 1차 발사의 문제점을 보완한 2차 발사는 '당연히' 성공할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며 부담감이 적지않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차 발사를 앞두고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2차 발사를 20일 앞두고 국내 여론은 성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세계 우주로켓 개발 역사상 첫 발사의 성공 확률은 30%도 안 된다고 한다. 그 만큼 첫 발사가 어렵고 힘들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자국의 발사대에서 자력으로 첫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구소련과 프랑스,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우주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과 일본·영국도 첫 발사에는 실패했다.
우주개발은 기본적으로 실패가 당연한 산업이다. 실패를 개발의 한 과정으로 여기며,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기술을 축적한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팰컨1은 다섯 번의 발사 시도 중 연이어 세 차례 실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파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기적적으로 네 번째 발사를 성공했고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달과 화성 탐사용 스타십 로켓을 개발중이며, 실패를 거듭하며 성공률을 높여가고 있다. 머스크는 "우리에겐 실패도 하나의 옵션이다. 실패가 없으면 제대로 된 혁신도 없다"고 말했다.
2차 발사에서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다. 팰컨1 처럼 아쉽지만 또 한 번의 실패를 보일 수도 있다. 성공한다면 다 함께 자축을, 실패하더라도 고생한 연구원·엔지니어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하면 어떨까.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