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 퇴임 10일 앞으로…"사표 수리되길"
검찰개혁 향한 복잡한 심경 전해…"갈 길 멀다…나는 유폐된 사람"
"중요한 것은 검찰 자정 노력…언론도 '공정 길잡이' 역할 해주길"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갈등 국면이 정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 중재안은 사실상 합의안"이라며 "필리버스터는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 마지막 법무부 장관인 박 장관은 임기 10일을 남겨두고 "5월 9일까지 사표가 수리되길 원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박 장관은 2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취재진과 함께 한 자리에서 "사표가 수리될지는 모르겠지만 사표가 수리되길 원하고 있다"며 소회를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자정께 검찰청법의 필리버스터가 열린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2022.04.28 kilroy023@newspim.com |
그는 "5월 9일 자정부로 자유롭게 국회로 돌아가서 제가 할 일을 좀 찾고 했으면 좋겠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회나 과정을 복기하고 국회로 돌아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장관 퇴임 후 구체적 행보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답했다.
특히 박 장관은 그간 힘써온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는 자신의 발언을 언급하며 "검찰개혁은 여기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계속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검수완박 법안과 제가 강조하는 수사 기소 분리 법안과 같이 사실 같은 법안인데 명칭이 다르듯 이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 다르다. 우리 사회가 검찰개혁의 최종 목적지를 바라보는 관점도 모두 다르다"며 "그래서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거의 임무를 다 마쳤다. 최근 2~3주간 과정에서 나는 유폐된 사람"이라며 "날이 저물었다는 것은 내 처지를 얘기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 스스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들"이라며 "검찰은 수사 외에도 개별법들에 의해 국가 사무로 위임된 것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검찰이 자율적으로 수사 공정성을 담보할 방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행하려는 노력, 실천, 그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와 관련해 정치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중단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은 민주당 일방의 수정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1차 합의가 있었고 2차 합의가 사실상 있었고 수정안이 중간에 상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도 인정했듯 수사권 때문에 자신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부당한 수사를 받았다고 했다"며 "그것이 중재안 합의의 원인이라고도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왜 그것을 필리버스터에선 얘기를 안 하는 것이냐"며 "국민에 솔직하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선 "검찰의 보완수사는 사법 통제와 연결된 것으로 수사 기소 분리와는 별개의 트랙"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궁극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어떤 사법통제적 기능을 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라며 "보완수사 부분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의견들은 얘기했고, 내 나름대로 양심을 걸고 마지막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언론을 향해서도 "진보냐 보수냐 진영 논리를 떠나 최소한의 공정함이 확보돼야 이 나라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며 "한쪽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법무부나 정부가 정권 뜻에 따라 이를 저해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짐으로써 공정을 잡아가는 그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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