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유 퀴즈 온더 블록'이 윤석열 당선인의 깜짝 출연 이후 출연자 차별 논란에 휩싸이면서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유재석, 제작진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CJ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 방송 이후 계속된 논란…시청자→정치권 비난 쇄도
지난 20일 윤석열 당선인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한 이후 시청자들의 비판이 쇄도한 이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뒤 이재명 민주당 비대위 상임고문, 김부겸 국무총리의 출연도 불발된 사실이 드러나며 '유퀴즈'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더 블럭] |
현재 정권의 인사들은 정치적 이유로 출연을 고사한 '유퀴즈' 측이 윤 당선인의 출연은 타진한 것을 두고 다양한 추측도 쏟아졌다. 항간에서는 현재 CJ ENM 대표이사가 검찰 출신인 것을 두고 여권 인사들과 새 정권 대통령의 출연이 엇갈린 이유를 짐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상임고문이 경기지사로 재임할 당시 경기도 비서관을 지낸 김지호 씨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고문이 경기지사였을 때부터 대선 후보 때까지 CJ ENM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실무부서와 함께 경기도정과 관련된 공직자와 이 후보의 출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제작진과 미팅을 추진했지만 미팅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이와 함께 "전달받은 거절 사유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라는 것이었다"며 "당시에는 정치인 출연에 대한 엄정한 원칙으로 이해했지만 상대에 따라 고무줄처럼 움직이는 잣대를 보니 '줄서기'라는 다른 원칙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이 출연할 당시부터 뜨겁게 논쟁이 벌어진 사항 중 하나는 메인 MC인 유재석이 출연 여부를 미리 알았느냐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프로그램을 아끼는 시청자들은 불편한 반응을 쏟아냈다. "유재석이 무슨 죄냐" "알았다 한들 거절할 수 있었겠나" 등으로 그를 두둔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며 "유재석이 답해야 한다" "왜 윤 당선인은 거절 안했나?" 등으로 그를 탓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진=tvN 유 퀴즈 온더 블럭] |
◆ 유재석 "악플의 법적대응" 입장에도…다시 불붙은 폐지여론
유재석을 향한 비판과 프로그램 폐지 요구 등 항의성 글이 '유퀴즈' 게시판을 뒤덮으면서, 유재석 측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소속사 안테나는 25일 "소속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악의적인 비방과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 명예훼손 게시글과 악성 댓글에 법적으로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알렸다.
'유퀴즈' 제작진 역시 의도치않게 불붙은 정치색 논란에 에둘러 입장을 드러냈다. 27일 '유퀴즈' 방송 말미 '나의 제작일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제작진은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일지"라며 "2018년 뜨거웠던 여름날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고 그간의 과정을 돌아봤다.
이어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피워왔다"고 적었다. 유재석을 두고는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사진=tvN 유 퀴즈 온더 블럭] |
또 제작진은 최근 터져나온 정치색 관련 논란에는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직도 냉랭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은 반성이라는 두 글자를 모르나" "사과 없이 꽃밭만 지켜달라고 하네" "정말 아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실망이다" "유재석 뒤에 숨지 마라"등의 반응으로 부적절한 대응임을 지적했다. 이번 논란이 무려 열흘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방송사 차원의 해명이나 입장은 나오지 않은 것 역시 시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간에서는 "제작일기가 열심히 시청자들에게 열심히 당근을 흔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유퀴즈' 사태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던 예능 프로그램이 정치적 논쟁으로 휘말려 들어간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압이 있었든 없었든 대놓고 밝힐 수 없는 제작진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프로그램 폐지를 원치않는 이들도 많은 만큼 이 고비를 잘 넘기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워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