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조건 상여금, 통상임금으로 보고 퇴직자도 지급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장기상여금 지급일 전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근무기간에 비례하는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 취업규칙에 '현재 재직 중인 사람에게 정기상여금 전액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이를 상여금 지급일 전 퇴직한 근로자를 배제하는 의미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회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는 약정 통상급의 연 600%를 기준으로 2개월마다 100%씩 지급해왔다. 노동자들은 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통상임금에 따른 각종 법정수닥 차액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업체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정기상여금 지급에 관해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한 자'의 상여금을 일할 계산하기로 했다. 취업규칙에는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정기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노동자에게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취업규칙보다 상위 규범인 단체협약상 일할 지급 규정은 퇴직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며 "취업규칙은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퇴직자에게는 전액이 아닌 일할금액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취업규칙의 문언상 퇴직자에게는 정기상여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임이 명백하다"며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정기상여금은 일률성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단체협약은 정기상여금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사의 공통된 인식으로 상여금 지급일 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에게도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퇴직의 경우를 휴직 등과 달리 취급해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취업규칙도 퇴직자에 대한 임금은 일할 지급하는 것이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인해 사측이 부담하는 금액이 기업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많지 않다"며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취업규칙이 정한 재직조건이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를 정기상여금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 정기상여금의 통상인금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