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망사고 책임"…75일간 토목건축 영업정지
3년치 일감 보유해 타격 '완충'…"회사채시장 우려 적어"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태영건설이 약 3개월간 토목건축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됐지만 회사 실적에 당장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태영건설 한 해 매출 중 국내 토목건축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지만, 기존에 수주한 사업들은 착공할 수 있어서 실적에 큰 악영향이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회사가 약 3년치 일감을 보유한 만큼 이번 영업정지가 향후 실적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 태영건설 "사망사고 책임 통감"…75일간 토목건축 수주 못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오는 25일부터 75일간 토목건축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됐다. 2017년 발생한 경기 김포 공사현장 사망사고로 경기도가 3개월 행정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태영건설 경영진이 더 이상 법원에 항소하지 않고 처분을 받아들이기로 해서다.
이번 영업정지는 2017년 12월 김포 운양동 신축공사 현장에서 태영건설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2명이 질식사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는 2020년 9월 행정처분으로 영업정지 3개월을 내렸다. 당시 태영건설은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다.
태영건설의 토목건축사업 영업정지 기간은 4월 25일~7월 24일이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실시하는 건설업윤리교육에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가 참여하면 15일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실제 영업정지 기간은 7월 9일까지로, 사실상 75일로 단축된다.
영업정지 사유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현장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영업정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4.20 sungsoo@newspim.com |
태영건설 전체 매출에서 국내 토목건축 부문은 적잖은 비중을 갖고 있다. 태영건설은 영업정지 금액이 1조2825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회사의 국내 토목·건축 도급공사에 대한 작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2조7517억원)의 절반 가까이(46.61%) 되는 액수다.
특히 건축사업 비중이 높다.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태영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국내 건축공사 매출(8509억원) 비중은 30.9%에 이른다. 국내 토목환경 공사 매출(4324억원)도 15.7%를 차지한다.
[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11일 오후 3시 50분쯤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꼭대기 부근 외벽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사진=독자제공]2022.01.11 ej7648@newspim.com |
◆ 자체공사 등으로 실적타격 '상쇄'…회사채 조기상환 우려도 없어
다만 이번 영업정지가 회사 실적에 당장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 매출은 수주시점이 아니라 착공시점 기준으로 실적에 반영해서다. 회사가 3개월간 토목건축사업을 수주하지 못해도 기존에 수주한 사업들은 착공할 수 있다.
토목공사 이외에도 회사 자체공사(개발) 분양매출(1조3710억원)이 전체의 49.8%에 이른다. 이에 토목건축 영업정지에 따른 충격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영건설은 현재 풍부한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3개월 영업정지에 대한 완충효과를 누릴 수 있다. 회사 내부기준에 따르면 현재 누적 수주잔고액은 10조2000억원으로, 작년 회사 전체 매출(2조7517억원)의 3.7배에 이른다. 3년치가 넘는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에는 신규 영업을 못 하기 때문에 수주활동이 제한되지만 기존에 수주한 공사는 여전히 진행할 수 있다"며 "토목건축 외 다른 부문에서 사업을 수주할 수 있어서 매출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이 75일간 토목건축 영업정지를 받아도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를 회사 측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기한이익상실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자금에 대해 만기 전 회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 하에 대출 만기 전에라도 채무를 회수한다는 뜻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태영건설의 영업정지가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의 조기상환 청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가 있었고, 주간사들도 이같이 판단했다"며 "주간사들은 (이번 영업정지가)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다음달 16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