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육친의 손해배상 책임 관련 '첫 판결'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이혼으로 친권과 양육권을 상실한 부모는 미성년 자녀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감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권)는 14일 망인이 된 A양의 부모 등이 B군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2018년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A양과 B군은 성관계를 가졌다. 당시 B군은 A양의 의사에 반해 나체사진을 찍었다. 이후 B군은 A양이 연락을 받지 않자 당시 찍었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양은 B군의 협박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B군에게 성폭력처벌법과 협박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B군을 소년부에 송치한 뒤 보호 처분했다.
A양의 부모는 B군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B군 부모 등을 상대로 미성년자의 감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군의 아버지 C씨는 B군이 만 2세였을 때 B군의 모친인 D씨와 이혼하면서 친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감독 의무가 없다며 반발했다. B군의 친권자와 양육자는 D씨로 정해졌다는 이유다.
1심은 C씨와 D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C씨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 미성년 자녀인 아들이 청소년기에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행하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다"며 "협의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2심은 손해배상 액수를 다시 산정하긴 했지만 배상 책임은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C씨의 미성년 자녀 감독 의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해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감독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에는 비양육친의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의무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