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인도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 나이카(Nykaa)의 최고경영자(CEO)는 40대 여성 은행원이었던 팔구니 나야르다. 그는 2012년 나이카를 창업한 지 9년만에 기업상장(IPO) 성공했다. 13억 인도 인구를 주름잡고 있는 나이카의 기업가치는 140억달러로 추산된다.
나이카는 고대 인도어(산스크리트어)로 '여자 주인공'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상장된 화장품 기업 중 여성이 '주인공'인 곳은 드물다. 최근 LG생활건강은 8년만에 법 전문가인 이우영 씨를 처음으로 여성 등기임원이자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 전반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사내·외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두 직군 모두 등기임원이다.
신수용 산업2부 기자 |
한국에서도 여성 고위직 임원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에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다. 기업규모가 2조원(별도 자산총계) 이상인 상장사는 여성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비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에 회사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기 어렵다. 반면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 모든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법이 등장한 배경엔 한국의 낮은 여성 임원 비율이 자리한다. 여성 등기임원이 한 명 이상 있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약 90곳(지난해 3분기 기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2356곳이다. 여성의 고위직 비율을 나타내는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한국이 꼴찌인 29위를 10년이상 맡고 있다.
여성 근로자 수가 많은 화장품 업계에 변화의 불길이 일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이영혜 씨가 2007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하다 퇴임한 후 8년간 LG생활건강 이사회엔 여성이 '0'였다. 아모레퍼시픽은 1명이었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가 물러나고 최인아 제일기획 전 부사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비등기임원도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의 41명의 미등기임원 중 여성은 9명이다.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에 아모레퍼시픽 등기임원에 선임된 최인아 씨도 9인의 등기임원 중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66명의 미등기임원 중 여성은 16명이다.
이번 법 개정을 시작으로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자리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는 등 여성이 활발히 활동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CEO와 임원을 비롯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느는 현상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져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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