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등 시장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에서 경기 침체(Recession) 경고까지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질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초래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루츠 킬리안과 마이클 플란테 댈러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서방국들의 제재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이 연말까지 중단된다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러시아산 석유 공급 차질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난 1990년대 초보다 더 오랜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라크의 쿠웨이크 침공 직전인 1990년 7월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는 종전 한 달 후인 1991년 3월에 끝났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을 확대해 석유 공급 충격을 다소 완화한 덕분에 침체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종료됐는데, 현재는 금융기관들이 러시아 석유 수출을 가로막고 있어 예상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댈러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산 석유 공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채 수요 과잉까지 지속되면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유럽에서의 천연가스 및 기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침체가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도 침체 또는 그 이상의 악재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2일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급등 문제가 경제에 최대 위협이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신의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한 요인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아이칸은 미국 기업들이 다가올 폭풍에 대비가 돼 있지 않으며, 이들의 리더십 부재가 인플레이션이나 지정학 위기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침체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면서 착륙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 채권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미국채 장단기 금리차는 0.6%포인트 이상 줄었는데, 이러한 금리차 축소는 침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연착륙 전망에도 시장이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이라면서 "최근 2년~10년 만기 국채 금리차 축소는 단순히 연준의 긴축 개시에 대한 반응을 넘어 침체 위험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