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및 가스 수입 금지 조치로 유가가 13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지금 같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월가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CNBC가 보도했다.
미 에너지 컨설팅기업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미국의 금수 조치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석유 공급 중단으로 맞붙을 경우 유가는 배럴당 20~30달러는 손쉽게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국들이 자국 에너지 부문을 제재 타깃으로 삼을 경우 유럽에 가스 공급을 끊을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사진=로이터 뉴스핌]2022.03.01 mj72284@newspim.com |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일시 배럴당 128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 가격도 130달러를 웃돌았다.
리포우 회장은 "가격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유럽과 남미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면서 "이 경우 미국으로 파급효과가 생긴 뒤 결국은 중국의 소비제품 수출 능력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주요 소비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심각한 수준의 에너지 공급 축소 및 차질이 발생해 유가가 "미지의 영역으로(uncharted territory)"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인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선진국 인플레이션 당초 전망치는 2.4%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5% 부근까지 치솟을 수 있고, 유럽 내 가계 지출 여력이 줄면 유로존이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해치우스는 서방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줄이는 동안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수입을 늘리고 그만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의 수입을 줄이는 재조정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수송 비용이나 기타 기술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현실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이미 그러한 우려가 가격에 반영돼 유가가 20달러 넘게 뛰었는데, 해치우스는 유가 20달러 급등 충격이 지속되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0.6% 축소되고 소비자들의 생활비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원유시장 조사업체 케이플러의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 매트 스미스는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 제재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러시아산 원유 매입을 꺼리는 등 '셀프 제재(self-sanction)'에 나선 영향에 유가 급등세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에너지담당 부총리는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 위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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