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무고죄 악용 사례 공개
"승소 목적이 아니라 괴롭힐 목적으로 제기돼 문제"
尹 공약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 피해자 위축 우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 프로야구단 하청업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무고죄로 고소를 당했다. A씨가 2020년 회사 내 성희롱과 임금체불, 부당휴직,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 등으로 노동청에 진정하고 경찰에 고소를 하자 무고죄로 맞선 것이다.
경찰은 사측이 제기한 고소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냈다. 법원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A씨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공황장애, 우울증이 심해졌고 심지어 자해까지 시도했다. A씨는 "대한민국법이 참 잘못됐다"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꼭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직장인 B씨는 최근 외모 비하와 퇴사 종용을 일삼는 대표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노동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겠다'는 대표의 문자 메시지. B씨는 대표에게 문구용 칼로 위협을 당한 적도 있었다며 "일말의 양심도 없이 도리어 법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무고죄 악용 사례의 일부다.
피해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임금체불, 부당대우 등을 경찰이나 노동청에 알렸다가 회사로부터 무고죄로 피소됐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새해 첫 월요일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강추위에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2.01.03 hwang@newspim.com |
14일 관련법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제104조 1항은 '신고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이 형사처벌할 수준까지 이르지 않을 경우 역으로 신고자들이 무고죄로 고소되고 손해배상을 청구 당한 사례들도 있다.
직장인 C씨는 입사 후 첫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 대표 이사에게 신고했다. 그러나 사측은 오히려 C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해고를 통보했다. C씨는 가해자인 상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사측은 무고죄로 C씨를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둘 다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C씨는 "너무 힘들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신고를 이유로 한 무고죄·업무방해죄 고소나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보복 소송은 규율할 수 없다"며 "무고죄가 전가의 보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이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고 협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현행 성폭력처벌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고, 강력범죄 무고죄 선고형을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상대로 무고죄 고소나 보복청구를 할 경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실질을 따져야 한다"며 "검찰과 법원은 회사가 노동자를 악의적으로 고소하고 소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무고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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