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달백신 공급물량조절·입찰담합 등 혐의
전 대표는 금품수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예방접종(NIP) 사업 대상인 유아용 결핵 예방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 및 공급 물량 조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백신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모 한국백신판매 대표(전 한국백신 이사)와 양벌 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한국백신·한국백신판매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최모 전 한국백신 대표는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4억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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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내용 BCG(Bacille Calmette-Guerin) 백신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나 수사기관은 피고인들이 일종의 음모를 품고 해당 백신이 NIP 사업의 대상이 되도록 하거나 경피용 BCG 백신의 재고수량을 조절하려는 계획 하에 의도적으로 질병관리본부를 속였다고 전제하고 있다"며 "법원에서 심리한 결과 한국백신 측에서 어떤 음모를 품고 있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백신 측이 부당하게 피내용 BCG 백신의 출고 수량을 조절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의 공급을 방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부당한 재산적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입찰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도 "형식적으로 들러리를 세우는 것이 문제일 수는 있지만 해당 입찰 절차는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공정한 경쟁이 전제된 입찰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입찰방해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NIP 사업 대상인 영·유아용 결핵 예방 BCG 백신 입찰 과정에서 의약품 도매업체를 들러리로 세워 낙찰받는 방식으로 국가 예산 92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부작용 의혹으로 매출이 급감한 고가의 경피용(도장형) BCG 백신을 납품하기 위해 독점 수입 제약사로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한 피내용(주사형) BCG 백신의 국내 공급 물량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최 전 대표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백신이 취급하는 백신의 의약품 입찰과 도매상 선정, 단가 책정 등 과정을 총괄하며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들에게서 2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5월 한국백신의 이같은 물량 조절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고 최 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