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수 주 안에 공개
美시장 접근성 제공...역내 관계강화가 핵심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협력 구상을 조만간 내놓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제안한 이른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다. 구체적인 프레임워크 내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역내 우호국들과 디지털 교역, 공급망, 친환경 기술 등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사라 비앙키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대표는 최근 한 무역 행사에서 "수 주 안에" 프레임워크가 공개될 것이라고 알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 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2022.02.07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견제' 안보 넘어 이번엔 경제협력
바이든 행정부는 IPEF가 역내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해 안보 협력에 이은 중요한 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일본·호주·인도 등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 '쿼드'(Quad) 교류를 강화하고, 지난해 9월 호주·영국과 외교안보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새롭게 출범하면서 역내 미국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7년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에서 부재하다는 비판이 따랐다.
WSJ는 "미국의 경제학자부터 외교관, 무역 전문가까지 미국이 상업과 새로운 첨단기술 기준을 정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할 협의체를 결성하기 위한 싸움에 직면해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아시아 내 경제협력에서 빠진 사이, 중국은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출범한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대만과 거의 같은 시기에 새로운 TPP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을 신청했다.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등이 체결한 미래 디지털교역협정의 본보기로 평가받는 '디지털경제파트너십협정' 가입도 신청한 상태다.
특히 디지털교역협정의 경우 전자결제와 전자 인보이스(invoice·상품에 대한 거래 시 주요내용을 작성하는 문서), 개인정보보호 규정과 국가 간 정보 이동의 규칙 등 폭넓은 디지털 거래 사안에 있어 서로 합의한다.
또 차세대 이동통신(5G) 기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도덕적 사용을 위한 기준 마련도 포함하는데, 미 기업과 동맹들은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디지털 교역 규정과 첨단기술 기준을 확립하면 미국이 나중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래 기술과 디지털 교역 분야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로라 로젠버그 중국담당 선임국장은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지역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라며 "중국이 미국 노동자들과 회사들을 장기적인 불이익에 빠뜨리지 않도록 (미래 교역과 첨단기술 규칙 확립의 과정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국기. 2018.11.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TPP 부활은 아니다...관세삭감·시장개방 의무화 배제
IPEF는 개별적 협정들이 하나로 모인 프레임워크이며, 역내 국가들은 각 협정을 선택적으로 골라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세 삭감과 시장 개방 의무 등을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노동단체와 의회 내에서 미국 일자리와 제조업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시장 접근성 확대로 역내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동남아와 저개발 아시아 국가가 미국 시장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 기업단체는 아시아태평양 내 강력한 디지털 교역 프레임워크 조항을 요구해왔는데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담당 수석부회장은 디지털 협정이 광범위한 전략의 "전면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과 경쟁적 동등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디지털 분야 협력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프레임워크 구상에는 캐서린 타이 미 USTR 대표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이 맡는다. 타이 대표는 디지털 교역과 노동 기준, 무역 설비 등을 전담한다. 러몬도 장관은 공급망과 인프라, 탈탄소, 세금 문제 등을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