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합원 투표로 파업권 이미 획득...내달 교섭 파행 시 파업 유력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올해 임금협상 교섭 중 진행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선거에서 강경파가 당선되면서 입장 차이를 보인 노사 협상이 장기화될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 지도부 선거에서 새 노조 지부장에 정병천 후보가 당선됐다. 정 후보는 조합원 8508명이 투표한 결과 52.68%로 과반의 지지를 얻어 내년부터 현대중공업 노조를 이끌게 됐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강성 후보로 분류됐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 후보가 온건으로 분류된 상대편 후보를 꺾으면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차기 집행부에도 투쟁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에 공약으로 기본급 중심 임금인상, 정년 연장 등을 내걸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권 역시 확보한 상태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전체 투표를 통해 재적 대비 58.28%의 찬성으로 파업 투표를 가결했다. 하지만 파업권 획득 후 지도부 선거 체제에 접어들면서 교섭은 잠시 미뤄진 상태였다.
이에 정 후보는 내달부터 현재 진행 중인 교섭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일까지 23차 교섭까지 진행한 바 있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12만304원 임금인상(호봉승급 제외) ▲호봉승급분 적용 1월 1일로 변경 ▲가족수당 및 근속수당 인상 ▲연차별 기본급 격차 조정 ▲성과급 산출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노조 측의 임금인상안을 수용하기 어렵고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임금 협상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며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연내 교섭 마무리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달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노조 파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월에도 전면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노조의 전면 파업은 2019년 이후 처음 이뤄졌으며 노조 지도부가 크레인을 점거해 사측과 대치한 바 있다. 전면 파업 이전에도 4시간 근무를 중단하는 부분 파업도 5차례 이상 이뤄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사측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지난 2년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재작년과 작년 임단협을 지난 7월에야 합의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 제시안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제시안을 마련하지 않고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말 뿐"이라며 "사측은 연내 교섭을 마무리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여 매우 안타깝다. 올해 교섭을 하지 못하면 많은 우려스러운 일들이 발생될 것"이라고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 협상 외에 다른 안건에 대해 협의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임금 인상안에 대해서도 지난 2년 치 협의한 사안(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2020년 기본급 4만1000원 인상)과 차이가 커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교섭은 임금 협상안에 해당하지만 노조는 임금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일괄 상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임금과 무관한 안을 거두고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 연내 임금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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