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 개발하며 수소 시대 준비
수소 생산부터 운반까지 수소 밸류체인 구축
[편집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산업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분명한 위기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펼쳐진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어려울 때마다 기적을 일으켜왔습니다. 영토는 좁고 자원은 빈약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가 되겠다는 기업들의 열정과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기회의 문 앞에 선 우리 기업들.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뼛속 깊이 새겨진 '1등 DNA' 사례를 연재하며 이들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해상 운송 수단인 메탄올·암모니아추진선과 수소추진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및 추진선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보다 탄소중립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함이다.
그 바탕에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수소 드림 2030'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사업 로드맵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수소 생태계 구축 이전 단계적으로 메탄올 및 암모니아추진선을 상용화하고 이후 수소추진선까지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
◆ 수소 시대 이전의 믿는 구석 '메탄올·암모니아 추진선'
조선업계가 바라는 궁극적인 미래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추진선이다. 하지만 국내 수소추진선은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로 그 때까지 중간다리 역할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 '중간다리 역할'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메탄올과 암모니아 추진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8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로부터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이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 대비 황산화물(SOx)을 99%, 질소산화물을 80%, 온실가스를 25%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LNG선 역시 친환경성을 갖췄으나 메탄올은 보관 및 이송이 LNG보다 용이하다. LNG의 경우 -162도의 극저온 유지를 위한 탱크가 필요하지만 메탄올은 일반 기압과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 메탄올은 끓는 점이 상온 20도로 역시 영하인 수소, 암모니아와 비교해도 높다. 또한 바다에 배출되더라도 수중에 자연분해돼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선을 건조한 데 이어 현재까지 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인도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등 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사들이 현재까지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은 20척을 넘어선다.
암모니아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저감해야 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IMO2050을 충족시킬 수 있다. 문제는 분자구조(NH3)상 질소를 포함하고 있어 유해물질인 질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암모니아 추진선은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을 한국선급으로부터 획득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암모니아 증발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가스는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극소량의 암모니아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이중누출방지 가스처리시스템도 갖췄다.
한국조선해양은 부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동남본부에 암모니아 이중누출방지 실증설비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선박 운항 과정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테스트해 축적된 데이터를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기술개발로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앞으로 무탄소 친환경 선박인 전기, 수소 추진선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 중인 액화수소운반선 개념도 [사진= 한국조선해양] |
◆ 수소 생산부터 운반까지...수소 시대 대비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드림 2030'에서 한국조선해양이 맡는 역할은 수소의 생산과 운송이다. 우선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수소 생산을 위한 1.2GW급 수전해플랜트를 제작한다. 이는 해상의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바닷물을 분해해 대규모로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를 위해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선급(ABS) 한국지사와 '해상 그린수소플랜트 설계 가이드라인 정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운반선 개발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된 가스텍에서 액화수소 화물운영 시스템, 액체이산화탄소 운반선에 대한 선급 및 기국 인증을 획득했다.
이중 액화수소 화물운영 시스템은 수소운반선의 핵심 기술로 운항 중 발생하는 수소증발가스를 발전용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재기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입터미널이 없는 경우에도 소비처로 수소공급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액화수소탱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소를 액체로 저장하면 대량 운송이 가능해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액화수소탱크 설계와 선급 승인을 맡아 액화수소 연료 탱크 설계를 맡고 있다. 여기에 수소를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선박 또한 개발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미래 친환경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화 되면서 이 분야 시장 선도를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초격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