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34) 씨는 회식때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수시로 확인한다. 막차가 끊기기 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주로 회식하는 장소가 종각역 인근이라 집에서 멀진 않지만 걸어가기엔 힘든 거리"라면서 "집이 상대적으로 가깝다보니 택시 호출을 해도 잘 잡히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입 때는 회식 중 먼저 일어난다고 얘기도 하지 못해 집까지 걸어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심야시간 택시 운행이 늘어났지만, 단거리 손님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택시 호출시 10분 이상이 지나도 배차가 되지 않을뿐 아니라, 빈 택시를 잡더라도 택시기사가 퉁명스럽게 응대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본요금 거리를 갈 때는 오히려 눈치를 봐야해 시민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뉴스핌DB] |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이후 택시수요는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시간대별 평균 2만8972건이다. 지난달 1만6510건에 비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다. 택시 수 역시 전월 대비 36.9% 증가한 1만6519대가 운행되고 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회식과 연말 모임 등 술자리가 늘면서 택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단거리 승객은 여전히 택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거리 운행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거부감은 예년과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서지수(30) 씨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여의도에서 회식을 하는데, 항상 다른 사람들 다 태워보내고 30분 이상 택시를 잡으려고 돌아다닌다"면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집이지만 택시가 안 잡혀서 1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빈 택시를 어렵게 잡아도 차량의 창문으로 목적지만 듣고 그냥 가버리더라"고 덧붙였다.
택시기사들이 단거리 승객을 꺼려하는 이유는 하나다. 단거리보다 장거리 승객을 태우는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동안 운행을 해도 장거리 승객이 많을이 많을수록 수익이 더 크다.
10년간 택시기사로 일했다는 최모(53) 씨는 "처음 택시를 시작할 때 나는 안 그럴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달성해야 목표가 있는 이상 장거리 손님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월급에서 차감된다"고 했다.
하지만 승객을 태우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주간시간대에도 단거리 승객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깁스를 한 송혜림(29) 씨는 "집 인근 지하철역에 내려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했는데 기본요금 거리라 그런지 대답도 없고 작게 한숨쉬는 소리가 들렸다"며 "집까지 5분도 안되는 거리였지만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짧은시간이었지만 택시기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고 너무 불편해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그 이후로 택시 탈때마다 기사들 눈치를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온라인 맘카페 회원은 "기본요금 정도되는 거리는 택시도 못타겠다"며 "거리는 짧아도 환승해야되서 불편하고 임신도 해서 택시 타려했는데 3대 모두 다 승차거부 당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가까운 거리 가자 그러면 X씹은표정 짓더라', '매주 기본요금 거리 다니는데 택시탈 때마다 눈치보여 죽겠다. 장롱면허 갱신해서 차 끌고 다닐까 생각중이다', '애기가 있어 어쩔수 없이 택시 이용하는데 기본요금을 카드로 낸다고 궁시렁거리고 욕한다' 등 단거리 운행시 택시기사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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