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군복단속법 위반 기소유예 받자 헌법소원
"군복으로 오인할 정도 아냐…檢, 잘못된 처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예비군 훈련용으로 구입한 사제(私製) 전투화는 군에서 보급되는 전투화와 외관상 차이가 있어 유사군복을 소지했다고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 씨가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군복단속법) 위반 혐의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 씨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9월 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전투수행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1.09.22 photo@newspim.com |
A 씨는 지난 2018년 4월 인터넷에서 구입한 예비군 테러화(전투화)를 다시 인터넷 카페에 2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판매할 목적으로 유사군복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현행 군복단속법은 군복과 형태나 색상 및 구조 등이 유사해 외관상으로는 식별이 극히 곤란한 물품을 유사군복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유사군복을 제조·판매하거나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A 씨는 이듬해 5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 소지하고 있던 전투화는 군에서 실제 보급되는 전투화와 외관상 크게 차이가 있어 유사군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예비군 훈련에서 착용하기 위해 소지한 것일 뿐 당초 판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헌재도 "청구인이 판매하려고 했던 사제 전투화는 군 보급 전투화 제작사의 상표 부착 여부, 밑창 하단에 군용 표시 및 국방부 표시 유무, 발목을 감싸는 부분의 소재, 접합부위에 지퍼 사용 여부 등에 있어 현재 군에서 보급되는 전투화와 외관상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 군복단속법상 군복이라고 오인할 정도로 유사군복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전투복이나 방한복의 경우 군복에 사용되는 특유의 무늬가 원단에 사용됐는지 여부가 유사군복을 판단하는데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나 전투화는 군인복제령에서 정하는 도형, 모양, 색상 및 재질에 관한 규정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면에 끈이 달린 형태의 가죽이나 직물로 된 검정색 레이스업 부츠와 같은 외형을 전투화 특유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사군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투화가 유사군복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청구인에 대해 군복단속법 위반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중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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