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너도나도 'P2E'... 다양한 사업 모델 고민
위메이드, 게임 플랫폼에서 '수수료 과금'...3Q에만 5억 대 매출
엔씨소프트, IP 기반 자체 플랫폼 만들 듯... "자체 NFT에 강점"
'초기 산업' 메타버스 내 사업모델 무궁무진... '생태계 조성' 중요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23일 오전 06시00분 AI가 분석하는 투자서비스 '뉴스핌 라씨로'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비트코인을 필두로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시장이 대중화되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메가트렌드로 주목받더니, 재테크 시장에서는 NFT(대체불가능한 토큰)가 불티나게 팔린다. 4차산업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IT업계를 중심으로 나타난 지각변동이다.
게임계에서는 'P2E(paly to earn)'가 대세다. P2E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의미로, 게임 이용자는 아이템을 얻어 디지털 자산화(NFT)하고 이를 가상화폐로 거래해 현금화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니 임금이 낮은 동남아 지역에선 이미 본업으로 삼는 이들도 생겼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메타버스-NFT-가상화폐'가 맞물리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다변화되고 있다. 게임 아이템에 고유번호를 적용해 NFT로 만드는 방법, 게임용 코인을 가상화폐로 바꿀 수 있는 게임 플랫폼 사업 등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 메타버스 생태계 구성이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면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셔터스톡] |
◆ 위메이드, 게임 재화 '가상화폐'로 변환... "위믹스 생태계 만들어 수수료 과금"
국내에서 P2E 게임으로 가장 먼저 정착한 게임사는 위메이드다. 지난 8월 '미르4'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며 돈 버는 게임으로 흥행몰이 하고 있다. 미르4 이용자들은 게임 중에 얻은 '흑철'을 게임코인인 드레이코, 드레이코에서 가상화폐 위믹스로 전환해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게임 자원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미르4 내 게임코인인 드레이코를 비롯해 각 게임코인들이 위믹스로 전환될 때마다 0.9%의 수수료를 받는다. 3분기에 잡힌 위믹스 수수료 매출만 5.2억 원에 이른다. 현재 위믹스는 미르4를 포함해 4개의 게임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하는 게임들을 늘려 위믹스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며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개발 지원을 하거나 협약을 맺고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내년 말까지 100개의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에 올리겠다는 목표다.
향후 NFT 거래로도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 캐릭터에 NFT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위믹스 월렛의 NFT 마켓에서 거래하게 할 계획이다. 즉 위믹스 기반 게임 사용자들의 NTF 거래소 역할을 하겠단 의미다.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며 위메이드 주가는 미르4 글로벌 버전 출시 이후 이달까지 8배 가량 올랐다. 위믹스 코인도 같은 기간 3000% 이상 급등했다.
◆ 'IP 강자' 엔씨소프트, 자체 플랫폼 기대감↑... "자사 NFT만으로도 경쟁력 높아"
위메이드가 인프라를 깔고 중소형 게임사들을 유치했다면,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서비스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검증된 게임을 다수 확보한데다 NFT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수료 등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향후 게임 플랫폼 기업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최근 NFT 시장 진출을 공표한 엔씨소프트가 이 모델의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는 대표적인 'P2W(Pay to Win)' 게임이다. 돈을 쓸수록 이길 수 있는 게임구조로 과금을 유도한 한편, 개인 간 캐릭터 및 아이템 거래도 활발히 이뤄져 왔다. 이 때문에 다중이용자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특성상 개인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는 NFT 적용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씨소프트는 내년부터 NFT를 적용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어떠한 방식으로 P2E 게임을 서비스할지는 미지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NFT나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만 어떻게 접목할지는 조금 더 구체화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엔씨소프트가 게임 내 경제 시스템 조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자체 게임 플랫폼 운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NFT 도입으로 향후 게임 자산거래소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미 아이템베이 등 오픈마켓 형식의 기존 매매 플랫폼 내에서 엔씨의 게임자산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아 경쟁력이 담보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기반 시리즈 내에서 경제 시스템을 운영해온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블록체인 기반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보유했다"며 "블록체인 BM을 적용한 플랫폼 수수료 수익 확대는 공격적인 유저 과금 BM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플랫폼 경쟁력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컴투스 IR북] |
◆ 블록체인·메타버스 타고 NFT 투자 확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중
게임사들의 사업 확장은 게임용 블록체인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홀딩스 등은 게임 자산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NFT 거래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비욘드 게임'을 목표로 비즈니스 영역을 스포츠, 게임, 메타버스, NFT로 확장할 계획이다.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NFT 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다. 거래소에서는 NFT가 된 게임 아이템뿐만 아니라 골프 티타임 예약권, 아이돌 팬아트 등을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자산이 거래 가능할 전망이다.
게임빌은 최근 컴투스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K팝 아이돌 중심의 NFT 거래소도 내년 1분기 중 오픈 예정이다. 아이돌의 공연 영상, 화보, 팬아트 등을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디지털 자산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테라폼랩스, 마이뮤직테이스트 등과 손잡았다.
자회사 컴투스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컴투버스(Com2Verse)' 출시를 본격화했다.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일터(경제)·생활(사회)·놀이(문화)를 아우르는 올인원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컴투버스에서는 업무도 보고, 쇼핑도 하고, 게임·공연을 즐기고,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할 공간을 찾아갈 수도 있다. 또 모든 활동이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 메타버스 내 사업모델 무궁무진... '생태계 조성'으로 이용자 늘려야
블록체인 기술과 메타버스 공간을 기반으로 게임사들의 사업 모델도 무궁무진해졌다. 해외 게임사들은 국내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현실(VR) 게임 디센트럴랜드에서는 이용자들의 옷과 소품부터 부동산까지 NFT다. 게임 속에서 미술품 경매에 참여할 수 있고, 자동차 경주도 가능하다. 다양한 과금 모델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
VR 게임에서 세계적인 경매업체 소더비의 경매에 참여했다고 가정해보자. 경매장 입구에서 특정 광고를 봐야만 했다면? 경매장 안에서 실시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를 눌렀다면? 이 정도는 가장 단순하게 유추할 수 있는 광고 수익 모델이다. 메타버스라는 3차원 가상공간 특성상 다양한 수익모델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치훈 토러스투자자문 주식운용본부장(CIO)은 "결국 NFT는 메타버스와 엮여서 가는 것이기에 게임을 하면서 게임 외 다른 활동들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연결해보면 당장 이익보다는 활동하는 유저 수가 얼마나 많으냐가 향후 한 5년 간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활성사용자수(DAU)를 늘릴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로 귀결된다. P2E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중소형사부터 대형사까지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정의훈 연구원은 "블록체인 게임이 보편화된 게임시장에서 투자의 초점은 결국 게임성, 즉 게임의 재미에 맞춰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NFT 도입을 활발히 검토중이라면서도 "게임 내 재화나 콘텐츠가 의미를 가지려면 게임의 경쟁력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치훈 본부장은 "페이스북도 광고 수익을 본격적으로 내기 전에는 DAU로 평가 받았다"며 "유저들이 모인 후 본격화될 수익화 모델이 광고가 될지 구독형이 될지 수수료가 될지 단정할 수 없다. 미리 선점한 회사들도 고민하는 단계라 가능성은 굉장히 많이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