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충청 가금농장 불안감 확산
안정되던 계란값 다시 6000원대
[세종=뉴스핌] 신성룡 기자 = 최근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농장의 경제적 타격은 물론 자칫 안정세를 찾은 계란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방역당국은 철새에 의한 전파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날씨가 추워질수록 철새의 국내 유입이 많아지는 만큼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확산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행정력을 집중해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 이달 들어 고병원성 AI 4건 발생…오늘 의심축 추가 신고
17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충북 음성 오리 사육농가에서 이달 들어 네번째 고병원성 AI 확진이 발생했다.
이번 AI 확진은 지난 8일 음성 메추리농장에서 1차 발생 이후 9일 음성 육용오리, 13일 나주 육용오리 농장으로 이어졌다. 이날 전남 강진 종오리 농장에서도 의심축이 발생했다.
대전시가 가축전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농가차량 소독을 하고 있다.[사진=대전시] 2021.10.04 memory4444444@newspim.com |
지난 1일 충남 천안지역 야생 조류에서 여름철엔 발생하지 않았던 'H5N1' 타입의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뒤이어 충청도 야생조류와 농장에서 발생이 확인된 상황이다.
충북 음성군의 메추리 농장에는 고병원성 AI 확진으로 사육 중이던 77만4407마리의 메추리를 모두 살처분했으며 같은 지역의 육용 오리 2곳 모두 사육 중이던 약 4만5000마리의 육용 오리를 살처분했다.
앞서 고병원성 AI 판정으로 나주시 세지면 육용오리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육용 오리 약 3만7000마리의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사육 마릿수 기준으로 음성군(400만 마리)은 충북도내 28.6%, 나주시(660만 마리)는 전남도내 23.2%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가금류 최대 사육 지역이어서 AI 추가 발생 시 큰 타격이 예상된다.
AI는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또는 야생조류에게 감염되는 동물전염병으로 산란계와 토종닭의 경우 폐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며, 야생조류나 오리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약한 증상을 보여 전파의 위험이 높다.
이에 중수본은 지난 13일부터는 고병원성 AI 발생농장 반경 3㎞ 안에 있는 가금농장 검사 주기를 매주 1회에서 5일에 한 번씩으로 앞당겼으며 야생조류의 분변·폐사체를 통한 정밀검사 범위도 기존 철새도래지에서 농장 주변 소하천·저수지·농경지로 늘렸다.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AI 발생 위험을 격주로 평가한 뒤 위험도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9월 말부터 네 차례 평가를 거쳐 현재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모든 축종을 예방적으로 살처분하고 있다.
음성 고병원성 AI 확진 농장 입구 [사진=뉴스핌 DB] 2021.11.15 baek3413@newspim.com |
AI 발생 농장의 방역상 취약 요인을 꼼꼼히 살펴 신속한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다른 농장에도 역학조사 내용을 전파해 개선을 돕는다. 4178명으로 꾸린 가금농장 전담관은 4단계 소독요령을 포함한 방역수칙을 계속 안내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는 전국 가금농장과 축산시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도 들어갔다.
김현수 중수본부장은 지난 14일 AI 상황점검회의에서 "철새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가금농장의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며 "AI가 발생한 농장들에서는 모두 방역상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 계란가격 아직 비싼데…AI 확산에 불안감 '고개'
고병원성 AI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계란 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민 밥상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발생 추이를 지켜보면서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초와 같은 계란 대란이 반복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기준 특란 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은 30구 기준 599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년 가격 5543원 대비 8.1% 가량 높은 수준으로 지난 10일 5962원, 11일 5984원에서 이틀 연속 상승한 가격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4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한 해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7.9% 뛰었다. 특히 생육 부진 탓에 파값은 270.0% 올랐다. 다만 전월(305.8%)보다는 상승 폭이 다소 줄었다. 사과(51.5%), 고춧가루(35.3%), 쌀(13.2%) 등도 크게 상승했다. 축산물 역시 11.3% 올랐다. 특히 달걀이 산란계 부족 탓에 36.9% 상승했다. 2021.05.04 pangbin@newspim.com |
이는 지난해 조류 인플루엔자(AI) 유행 여파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살처분 마릿수는 2993만4000마리로 이 중 산란계만 1674만5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해당 기간에 발생한 AI는 전국적으로 가금농장에서 총 109건, 야생조류는 234건이 각각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올해 초 계란 한 판에 1만원대를 웃돌 정도로 폭등했으며 정부의 긴급할당관세를 통한 무관세 계란 수입 등으로 가까스로 소매 가격을 6000원 이하로 끌어내렸다.
문제는 또 다시 고병원성 AI가 닭 농장으로 퍼질 경우 살처분된 농장에서 병아리를 재입식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산란계는 4개월 이상 길러야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계란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7일 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가축전염병 상황이 엄중하다"며 "고병원성 AI가 충북 음성과 전남 나주의 농장에서 발생해 유관부처와 해당 지자체는 야생조류 예찰 등 방역조치에 더욱 힘써 달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선제적 고강도 대책으로 고병원성 AI 확산을 차단하면서 가금 처분은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예방적 처분 범위의 주기적 조정을 통해 가금농장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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