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검사 않고 위염 진단…환자, 퇴원 뒤 쓰러져 뇌병변장애
법원 "과실 숨기려 진료기록부에 허위기재…죄질 나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동맥박리로 인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급성위염으로 오진해 결국 사지가 마비되는 뇌병변장애를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39)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차였던 지난 2014년 9월 안면부 감각 이상과 식은땀, 흉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내원한 60대 환자 B씨를 급성위염으로 오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위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통상 흉부 통증을 호소하는 의사에게는 심전도 검사와 심근효소 검사 등을 실시해 허혈성 심장질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이상이 없으면 대동막박리나 폐색전증 등을 감별하기 위해 흉부CT 검사 또는 경식도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해야 하지만, A씨는 B씨가 심전도 검사 등에서 별 다른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자 급성위염이라고 진단했다.
B씨의 딸은 검사 1시간여 뒤인 새벽 3시30분쯤 B씨가 방사통 등 새로운 증상을 호소하고 흉부 통증이 심해졌다고 하면서 심장내과 의사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하고 진통제를 투여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진통제 투여 이후 통증이 다소 완화돼 퇴원했으나 같은 날 오전 10시경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고, 대동막박리 진행으로 인한 양측성 다발성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결국 B씨는 이로 인해 인지기능이 없어지고 사지가 마비되는 뇌병변장애를 입었다.
이밖에도 A씨는 B씨가 퇴원한 지 13일 뒤 보호자들에게 흉부CT검사를 권유한 사실이 없음에도 보호자가 이를 거절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허위의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혈액검사 등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통증이 계속된다고 하기에 흉부CT를 두 차례 권유했지만 B씨의 딸이 이를 거부해 진행을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B씨는 대동맥박리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병력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고 심비대 증상이 있어 흉부CT 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 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며 "B씨가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고 바로 적절한 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뇌병변장애 상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자에게 흉부CT 검사를 권유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B씨의 딸은 1998년부터 해당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상당한 의학적 지식이 있고, 내원할 당시에도 먼저 심장내과 협진을 요청하는 등 두 번에 걸쳐 흉부CT를 권유했다면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어 "이 주장대로라면 당시 피고인은 B씨가 단순 급성 위염이 아닌 대동맥박리나 폐색전증과 같은 중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다른 질환 때문에 흉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의심했다는 것인데, B씨의 퇴원 당시까지 작성된 진료기록부에 그와 관련된 기재는 전혀 없고 응급실기록의 퇴원계획에는 '경증의 의학적 문제만 있는 환자, 치료 후 상태 호전시 귀가'라고만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에게 뇌병변장애라는 중한 상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심각한 신체적·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민사상 손해배상금이 지급되기는 했지만 형사처벌을 원하는 의사가 철회된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피고인이 과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부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 죄질이 심히 불량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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