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금리 인상에도 외국인 투자자들 한국 정치 걱정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위드 코로나 국면을 맞아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해외 기업설명회(IR)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해외 출장길에 오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다른 지주사들도 해외 IR 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이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2021.07.15 yrchoi@newspim.com |
간만에 외출을 앞둔 금융사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2년간 올스톱했던 신규 투자자 물색의 기회가 열리는 데다,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년 저평가주' 꼬리표를 단 금융주가 기대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실적이 좋다.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축포를 쐈다. 대출 증가에 힘입어 이자로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리딩 금융을 두고 경쟁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 클럽'에 입성할 전망이다.
거시적 환경도 우호적이다.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내년에도 한 두 차례 이상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도 겹치면서 금리는 빠르게 오를 전망이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금융주는 대표적인 수혜주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돼 수익성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이 코스피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금융플랫폼의 부상에 처음에는 전통 은행 모델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오히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탄탄한 자본력, 디지털 전환 성과가 재조명받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금융주를 담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한다. 오를 이유가 너무 많은데 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오히려 내년 3월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까지 우려하며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만큼 대선을 불확실성 요인으로 보고 정책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IR담당 임원은 "그간 금융주 흐름을 보면 진보정권이냐 보수정권이냐 상관없이 결국엔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였다"며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만큼 규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인데 이런 시선을 바꾸기는 정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해 사업계획의 기반이 되는 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결제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분기 배당도 당국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현재 국내 금융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8배로 미국 대형은행들이 10배를 넘는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국가가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중국과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 체제인 일본 다음으로 금융이 저평가된 나라다. 달리 말하면 국내 금융주를 시장에 싼 가격으로 내놓은 것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국내 금융주만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눈부신 성적표와 금리 환경에도 해외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를 때면 방탄복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한다는 임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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