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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세계의 투자금이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고 지난달부터 관광 등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동남아 통화 가치와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2년 만에 중국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금 유입이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장중 한때 미국 달러화당 4.13링깃으로 9월10일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인도네시아 루피화도 지난달 중순 1만4000루피아선까지 올라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연내 개시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관측이 고조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 랜드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동남아 통화의 안정성이 두드러진다.
동남아 주식의 성과도 좋기는 마찬가지다. MSCI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지수는 지난달 들어 급등해 같은 달 중순 작년 2월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말레시아 MDIF 리서치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는 지난달 외국인 투자금이 4주 연속 순유입됐다.
올해 9월까지 부진하던 동남아 통화와 주식이 지난달부터 반전한 가장 큰 요인은 경제활동의 본격 재개다. 동남아 다수의 국가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세를 그리는 가운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초순 입국 규제나 주(州)를 넘는 이동 규제의 완화를 발표했다. 태국도 이달 1일부터 백신 접종 등을 조건으로 63개국·지역발 입국자의 격리 의무를 면제했다.
말레이시아의 9월 수출액은 전년동월 대비 24.7% 증가한 1108억링깃으로 월간 수출액 기준 사상 최다를 경신했다. 주요 수출지인 아세안 역내와 미국·중국 모두 호조를 보였다. 무역 흑자액도 최다를 기록했다. 말레시이아와 같은 자원국으로 자원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리는 인도네시아도 8월 수출액, 무역흑자액 모두 최다를 경신했다.
관광을 중심으로 그동안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은 기업을 둘러싸고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나온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 그룹의 주가는 9월 말 대비 7% 올랐고 싱가포르의 리조트 개발사 젠팅싱가포르는 8% 뛰었다. 모두 MSCI아세안지수의 상승폭 3%를 웃돈다. 대출 수요 전망에 따라 DBS그룹홀딩스나 유나이티드오버시즈은행(UOB) 등 대형 은행주의 주가 회복도 눈에 띈다.
비격리 입국 대상을 확대해 해외 관광객이 늘면 현지 통화를 사는 실수요도 함께 늘어 통화 강세 요인이 된다. 무역흑자 증가도 상대국에서 받은 외화를 현지 통화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외화를 팔고 현지 통화를 사기 떄문에 강세 재료다. 서비스는 관광이, 제조업은 수출이 주도하는 동남아에 이같은 요인들은 통화 가치와 주가 강세를 동시에 유도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동남아 주요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중국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내년 동남아 주요 5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8%로 중국 5.6%를 넘어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내후년에도 역전 구도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SMBC닛코증권의 히라야마 히로타 신흥국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세안은 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고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이 곧바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가 이르면 11월 중순으로 예상됨에도 링깃화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목했다. 달러화 대비 링깃화 가치는 지난 8월 하순부터 5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서 이를 계속 웃도는 중이다. 지난달 1.1% 뛰었다.
스탠다드차타드뱅크의 디브야 데베시 아세안·동남아 외환조사 책임자는 "에너지 가격의 강세가 주도한 말레이시아의 무역수지 개선은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선진국 국채 금리 상승의 역풍을 상쇄할 것"이라며 링깃화의 강세를 전망했다.
동남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글로벌X FTSE동남아 ETF(ASEA)'가 있다. 관련 ETF에서 업종별 비중은 금융이 48.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14.8%인 부동산이다. 3위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7.6%다. 국가별 비중은 싱가포르가 30%로 1위, 태국이 20.6%로 2위, 인도네시아가 16.8%로 3위다.
ASEA의 연초 이후 가격 상승폭은 4.4%다. 미국 주가지수 S&P500에 투자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의 같은 기간 상승률 23%를 크게 밑돈다. ASEA는 지난달 4.8% 올랐고 SPY는 7% 상승했다.
이 밖에 필리핀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필리핀 ETF(EPHE)'가 있다. 또 말레이시아 투자 상품으로는 '아이셰어즈 MSCI 말레이시아 ETF(EWM)'가 존재한다. EPHE 가격은 연초 이후 3.4% 하락했고 EWM은 10.8% 떨어졌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