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매뉴얼 안 지켜"…과징금 60억원 부과
1심, 진에어 패소 → 2심 "과징금 너무 과도" 승소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결함이 있는 비행기를 그대로 운행해 6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진에어가 불복소송을 내 2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2부(이원범 강승준 고의영 부장판사)는 29일 진에어가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7년 9월 진에어 비행기가 미국 괌 공항에 도착해 엔진정지한 직후 좌측 엔진 후방 배기구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결함이 발생했다. 하지만 진에어는 고장탐구매뉴얼에 따라 조치하지 않고 결함과 무관한 최소장비목록에 따라 정비이월조치 후 운행했다. 그 결과 후속편에서도 동일 결함이 다시 발생했다.
진에어 B-737-800 항공기 [사진=진에어] |
이듬해 국토부는 당시 진에어가 운항규정 또는 정비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항공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절차 위반이 명백한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50%를 가중해 과징금 60억원을 부과했다.
진에어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은 "매뉴얼 일부만 수행했고 결함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항공기를 운항했으며 만약 화재가 발생했다면 즉각 엔진 연로벨브를 차단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하는 등 진에어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에어가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에 비춰 원고가 받을 불이익의 정도가 너무 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은 진에어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가 부과한 60억원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록에 의하면 2014년 11월 29일부터 2021년 4월까지 국토부가 운항 전후의 점검이나 정비절차 미준수 또는 그로인한 운행 중이나 운항 전후에 결함 발생 등을 이유로 항공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 10억원을 초과한 경우는 54건 중 5건에 그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10억원 이상의 과징금 부과 사례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액수가 크다"며 "과징금 액수 산정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하고 다른 항공사의 관계에서도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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