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펀드 판매금액 높이는 방법으로 '비중'↓
업계 "계열사 우수 펀드 판매 위한 고육지책"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그간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악습으로 지목됐던 증권사의 금융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관행이 상당 부분 근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증권사의 펀드 밀어주기 비중은 전체 판매액의 70% 육박할 정도로 높았으나 최근에는 30% 이내까지 줄어드는 등 사실상 정상 범주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다만 전체 펀드 판매금액을 높이는 방법으로 비중을 줄이는 사례도 있어 사실상 편법으로 규제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곳은 미래에셋증권(32%), 리딩투자증권(40%), 대신증권(32%)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에는 7개 증권사의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비중이 5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20%포인트(p) 가까이 줄었다.
특히 대부분 증권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10% 내외에 머물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삼성증권은 2분기 기준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KTB투자증권은 12%, NH투자증권 13%, SK증권·BNK투자증권·흥국증권·신한금융투자는 14% 수준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이처럼 증권사들이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관행이 근절된 데는 앞서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판매 비중에 상한을 뒀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이 계열사 펀드만 판매하는 '일감 몰아주기' 현상을 막기 위해 2018년 6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했다. 금융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금액을 공시하고 비중을 기존 50%에서 25%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다만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매년 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지난 2018년 45%를 시작으로 2020년 35%, 2021년 30%, 2022년 25%로 제한된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상한을 지키지 않는 증권사가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금융투자협회 등 금투업계 자정 노력으로 대부분 상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다만 증권사들이 전체 펀드 판매금액을 대폭 높이는 방법으로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줄이는 일종의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A증권사가 지난해 판매한 1억원의 펀드 중 계열사 펀드가 1000만원이었을 때, 올해 2억원의 펀드를 판매하고 이 가운데 2000만원의 계열사 펀드를 판매했다면 비중은 그대로다. 펀드 전체 판매금액을 올리는 방법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비중이 올 1분기 36%에서 2분기에는 32%로 줄었다. 하지만 계열사 펀드 판매 금액은 같은 기간 5823억원에서 9732억원으로 67.1나 늘었다. 전체 펀드 판매 금액이 1조6645억원에서 3조1568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가 좋은 상품임에도 금융당국의 상한 규제로 팔지 못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전체 판매금액을 높이는 방법으로 계열사 펀드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국의 규제는 지키면서 계열사의 우수한 펀드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보니 대부분 증권사가 취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현황은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분기별 기준이 아닌 연간 기준으로 불건전 영업행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대부분 증권사가 상한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비중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 상한을 둔 제도가 제대로 안착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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