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규모 '두 자릿수'...덩치 불리는 증권사
소비자보호업무 신규 채용 '이례적 사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대규모 공개채용에 나섰다. 디지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마이데이터, 자산관리 등의 인재 채용에 무게를 두는 점이 하반기 채용의 특징이다. 특히 그간 경력직 채용에 중심을 뒀던 것과 달리 신입직원 채용도 대폭 늘리는 양상이어서 증권사 채용에 목 말랐던 취업준비생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개 증권사가 지난달부터 이날 현재까지 신입 및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간 증권사의 신입직원 채용은 영업직원 등에서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디지털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력 개발자 구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다 보니 현장 경험이 없더라도 신입직원을 채용해 성장시키겠다는 게 증권사들의 전략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IBK투자증권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T)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시스템 개발 등 분야의 신입직원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해 학력, 성별, 나이 등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디지털전략, 데이터분석, 클라우드 엔지니어 등 분야에서 신입사원 5급 채용을 진행 중에 있다.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도 ▲디지털 기획·추진 ▲빅데이터 ▲디지털 신사업 등 디지털 부문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6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비대면 고객 증가로 디지털 서비스 강화를 위한 인력 수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금소법에 대비하려는 채용 움직임도 활발하다. 첫 번째 금소법 위반 사례로 기록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에 나서려는 것인데,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관련 인재 수혈에 나선 상태다.
우선 유안타증권은 지난 8월 금융소비자보호팀 경력직원을 모집한데 이어 최근에는 이 팀의 신입직원 모집 공고도 냈다. 증권사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서 신입직원을 채용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금융소비자보호 업무 인재를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다만 이들 핀테크 증권사 채용은 3~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소비자보호 업무를 수행할 인재를 채용절차를 지난달 모두 마무리했다.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로 사모펀드·신탁상품 사전심사와 점검, 고난도금융투자상품 사전심사와 점검,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사전 검토, 소비자리스크관리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맡는다.
이처럼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에 따른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인재 수혈에 나서는 등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 59곳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임직원 수는 3만6천952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지난해 3월 이후 1296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년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에서 IT, 데이터 등 신사업 분야의 인재 채용을 대폭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증권사들의 사업 분야가 다각화됐고 디지털 인재 수요가 한껏 치솟으면서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인재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 실적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 상반기부터는 채용 규모가 축소되거나 수시채용 등의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