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스크 담당임원 소집 '한도 관리' 당부
"사실상 신용융자 규제 메시지"...달라진 분위기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정부가 가계대출을 바짝 옥죄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주식 빚투에도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빚투 폭증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한데 이어 각 증권사 리스크 담당 임원들까지 불러 각별한 신용융자 한도 관리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빚투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각 증권사의 리스크담당임원(CRO)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증권사의 신용융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증권사 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반대매도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및 시장리스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표=금융감독원] |
금감원이 CRO들에게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금투업계는 사실상 증권사에 신용융자 한도 축소를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금투업계 역시 당국이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한도에도 조만간 손을 댈 것으로 관측하고 있던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이 CRO 회의 당일 신용융자 및 반대매매 폭증에 따른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면서 '주식 신용거래 추이 및 민원동향을 지속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 역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6조6000억여원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는 이달 13일 기준 25조7000억여원으로 3.8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대매매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지난 7월 기준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42억10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84억8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산 후에 주가가 급락하거나 약속한 만기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일환으로 은행권 대출이 점차 조여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증권사 신용융자를 통해 주식투자 규모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2년간 국내 증시 호황에 따라 자기자본을 끌어올린 증권사의 신용융자 여력도 늘어나면서 빚투가 끝 모르고 오르고 있다. 증권사는 은행권과 달리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투자자들에게 신용융자를 해줄 수 있따.
더욱이 헝다그룹 사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감원은 이날부터 '대내·외 리스크 상황점검 TF'를 꾸리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주식 빚투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신용융자 규제 등에 대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신용융자는 증권사의 건전성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반대매매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변동성 확대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잘 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추가 보완 대책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70~80% 이내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당국의 본격적인 규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판단인데,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신용융자 규모가 커질 때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나 반대매매 규모가 커지자 분위기를 싹 바꾸는 모습"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신용융자 한도를 관리하는 것이 출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