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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2위 주택 건설 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을 구해줄까.
지난주 리먼 브러더스 파산 13주년을 맞은 가운데 헝다그룹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월가에 커다란 화제다.
올해 포춘 500 기업 가운데 122위에 랭크된 헝다그룹의 부채 규모는 무려 1조9000억위안. 대차대조표에서 드러난 채무 이외에 '숨은 부채'까지 감안할 때 정부의 구제 없이는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헝다그룹의 운명은 중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자산시장 전반에 결정적인 변수로 등극했다. 당장 23일 헝다그룹이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8400만달러 규모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미 지구촌 금융시장에 한파가 닥쳤고, 사태가 악화될 경우 패닉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20일(현지시각) 홍콩증시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10% 폭락하며 2010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내리 꽂혔다. 업체의 주가는 연초 이후 80% 이상 떨어지며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이날 공격적인 '팔자'는 주택 건설 섹터 전반으로 확산, 10여개 건설주로 구성된 항셍주택지수가 7% 가까이 하락하며 2016년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가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한 것은 지난 8월부터다. 업체로부터 공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하청 업체 및 공급 업체들이 줄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신용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헝다그룹 [사진=블룸버그] |
이어 지난달 업체가 디폴트 리스크를 경고하기까지 숨막히는 상황이 전개됐고, 중국 신용시장에 이어 전세계 주식시장으로 파장이 확산됐다.
세간의 시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 집중됐다. 빚더미에 올라 앉은 건설 재벌을 구해줄 것인지 여부에 따라 중국 경제와 지구촌 금융시장의 향방이 달렸다는 얘기다.
사태를 낙관하는 투자자들은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를 근거로 중국 정부가 최악의 사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작지 않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간신히 극복한 중국 경제가 또 한 차례 위기를 맞는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가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경우 건설중인 아파트 완공이 어려워지면서 150만명에 달하는 계약자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된다.
건설 업계의 파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2위 업체의 파산은 결국 공급 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지난 수 년간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경제 펀더멘털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연쇄 충격이 불 보듯 뻔한 데다 내년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매파 노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헝다그룹 사태는 지난 1998년 롱텀 캐피탈 사태와 흡사하다"며 "말 그대로 대마불사에 해당하며, 중국 정부가 경영진을 구제하지는 않더라도 기업 파산을 좌시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헝다그룹의 신축 아파트 조감도 앞을 지나가는 여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관도 "헝다그룹의 위기 상황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렸지만 리먼 사태가 재연될 여지는 낮다"고 판단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난기류가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건설 업계의 과열을 진화하고 나서면서 촉발됐고, 금융시장의 패닉이 크게 고조될 때까지 정책의 반전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콩 소재 컨설팅 업체 로디움 그룹의 로건 라이트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실물경기 하강 기류와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치달을 때까지 건설업계 규제와 헝다그룹에 대한 구제금융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 주석이 어디까지 감내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건인데 정책 노선 변경을 가까운 시일 안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중국 당국이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정부가 개입 시기를 놓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제니 정 채권 헤드는 "헝다그룹이 무너질 경우 연쇄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부채 규모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디폴트와 파산이 꼬리를 물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