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 우려 속에서 미국 뉴욕 증시가 20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14.41포인트(1.78%) 내린 3만3970.47에 마쳤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5.26포인트(1.70%) 하락한 4357.73을 기록했다. 이날 S&P500지수의 낙폭은 지난 5월 이후 가장 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330.06포인트(2.19%) 내린 1만4713.90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恒大·에버그란데 그룹) 파산설은 이날 전 세계 주식시장을 휩쓸었다. 헝다그룹은 오는 23일까지 내년 3월 만기 채권 관련 8350만 달러 규모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오는 29일에는 2024년 3월 만기 채권 관련 4750만 달러의 이자를 내야 한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애널리스트는 "우선 달러채는 채무 재조정 되겠지만 대부분의 채권은 글로벌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몇몇 중국 기업이 들고 있으며 은행이나 중요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리먼 브러더스는 거의 모든 금융기관의 장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데트릭 애널리스트는 "두 번째로 디폴트 된다면 중국 공산당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및 경기 관련 언급에도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당장 테이퍼링이 발표될 가능성은 작지만, 연준이 공개하는 점도표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모간스탠리는 이날 투자 노트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20%까지 조정될 수 있다며 바벨 전략 대응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CNBC '매드머니'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아직 섣불리 매수할 타이밍이 아니라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반면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창업자는 이번 주식 매도세가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르면 이달 주식시장이 턴어라운드를 맞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투자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주식시장 하락이 단지 헝다그룹 파산 우려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 중이며 연준이 테이퍼링을 논의하고 있는 데다 전통적으로 9월 주식시장이 최악의 달을 보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미 의회의 부채한도 상향 이슈와 오랫동안 주식시장이 조정 없이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 역시 이날 주식시장 약세 요인으로 제시했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CNBC에 "우리는 정보의 진공 상태에 있다"면서 "부채 한도와 관련한 의회의 교착상태와 통화정책의 변화 혹은 실책에 대한 우려, 증세 제안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약해졌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조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성장과 관련된 주식을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포드와 캐리어 글로벌은 3.54%, 2.22% 하락했으며 제너럴모터스와 보잉도 3.88%, 1.93%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가량 내리면서 에너지 업종도 약세를 보였다.
주요 기술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테슬라는 1~3%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하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30%대로 급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1.43% 급등한 25.2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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