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그룹, 까스텔바작 투자금 약 400억원 모두 상환
풋옵션 설정 부담 해소...적자는 지속, EB만기 이전 자금 마련 과제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형지그룹이 자회사인 골프의류업체 까스텔바작의 재무적투자자(FI)에 상환해야 할 투자금을 모두 갚으면서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이로써 까스텔바작은 안정적 지분구조 확보로 국내 및 해외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형지그룹과 까스텔바작이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등 재무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경영권은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9.10 shj1004@newspim.com |
◆ 풋옵션 부담 해소...경영권 방어 통해 국내외 사업 강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형지그룹은 까스텔바작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FI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신한자산운용의 투자금을 모두 상환했다. 형지그룹 주요 계열사인 까스텔바작은 지난 8일 투자자의 풋옵션(일정 주식을 일정 금액으로 되파는 권리) 발동에 따라 396억원의 자체 자금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앞서 형지그룹은지난 2016년 9월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전환우선주의 형태로 450억원의 지분투자를 받으면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JKL파트너스와 신한자산운용 각각 300억원과 150억원 규모다. 자금의 사용목적이었다. 이후 2018년 12월 4일 동 전환우선주는 전량 보통주로 전환됐다.
당시 올해 9월까지 연 금리 9%를 더해 투자금을 갚지 못하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FI들이 만기가 도래해 풋옵션을 행사하자 형지그룹은 까스텔바작 지분을 기반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까스텔바작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존 투자원금과 이자까지 합하면 실제 상환금은 45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형지그룹은 까스텔바작의 경영권을 외부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 설정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게 되면서 국내 및 해외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9.10 shj1004@newspim.com |
◆ EB만기 전 자금 마련해야...적자 지속은 과제
다만 까스텔바작은 지분이 다시 담보로 잡힌 만큼 EB만기 이전에 이를 갚기 위한 자금 마련에 집중해야한다.
하지만 실적은 줄곧 부진한 상황이다. 까스텔바작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전년비 7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3억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골프웨어 부문은 지속적인 성장에도 당기순익은 적자 전환했다. 패션시장은 2014년 이후 기존 인기 있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성장 추세가 둔화되고 스포츠 패션 수요가 골프웨어 브랜드로 이동하면서 골프웨어 복종은 전체 패션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의류 시장규모는 2014년 2조 8000억원에서 2018년 4조 2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오는 2022년 6조 335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매년 평균 10개 전후의 골프웨어 신규 브랜드가 론칭되는 가운데 현재 국내에 약 200여개의 골프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골프웨어 시장 포화는 까스텔바작의 판매추세 둔화 및 판매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당사의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형지그룹의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형지그룹은 지난해 매출 3052억원, 영업적자 24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가스텔바작 이외 주요 관계사 중 일부도 적자가 발생하는 등 재무성과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형지그룹은 이달 말 2000억원을 투자해 송도에 글로벌 패션복합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실적 부진 속 사옥 이전이 그룹의 재무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향후 형지그룹과 까스텔바작의 영업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당기순손실의 누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지분의 일부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까스텔바작은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 2023년까지 국내외 포함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브랜드의 특성을 살려 골프웨어 이외의 상품 카테고리로 다각화해 패션플랫폼, 글로벌 풋웨어 사업 등 신규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하고 있으며 관련된 연구개발, 영업환경 조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번 자금 부담 해소로 공격적인 중장기 사업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진출 계획 역시 고무적이다. 까스텔바작은 해외 판매 채널 확보는 물론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시스템 완비에 집중하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디지털본부를 신설하는 등 전 사의 '디지털 전환(DT)'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지난 2월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3D·가상현실(VR) 상품 보기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3월에는 비대면 고객 체험 서비스를 강화한 '까스텔바작 VR 스토어'를 내놓았다.
올해 상반기 까스텔바작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며 국외 매출 규모를 올해 400억원에서 2023년 2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금 상환으로 풋옵션 설정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며 "적자로 전환한 만큼 실적이 회복 전까진 경영권 위협 요인이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