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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델타 변이의 경제적 충격이 8월 미국 고용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월가의 전망치에 크게 미달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이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안도감은 엿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확인된 델타 충격이 경제 성장률의 둔화 속에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3만5000건으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72만~75만건에 크게 미달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시간당 평균 임금이다. 8월 임금은 0.6% 뛰었다. 월가의 예상보다 두 배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가뜩이나 미국 경제 성장이 2분기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한풀 꺾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날 지표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고용 지표가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를 위한 연준의 전제 조건인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한 가운데 테이퍼링이 늦춰지면서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다.
8월 고용 지표가 발표되기 앞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자들이 테이퍼링에 시간을 끌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겨 오히려 시장 금리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CIBC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이번 고용 데이터가 9월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그랜트 손톤의 다이앤 스왕크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가 경제 펀더멘털에 커다란 흠집을 내는 상황"이라며 "팬데믹 사태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민간 수요 회복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 이후 연준과 바이든 행정부의 슈퍼 부양책에 기대 급반전을 이뤘던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동시에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을 경우 자산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투자자와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추세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부동산 시장의 월세 상승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까지 수 개월에 걸쳐 미국 CPI가 연율 기준 5%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연출한 데 이어 집값 및 월세 상승과 임금 상승까지 추세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물가 적신호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하버드 대학 교수는 이번주 칼럼을 통해 팬데믹 사태에 이은 아프간 철수가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억만장자 투자자 존 폴슨은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연준의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월가의 경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암브로세티 포럼에서 1960년대 후반과 흡사한 고물가가 펼쳐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시 윌리엄 마틴 연준 의장은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통제하지 못해 투자자들을 커다란 혼란에 빠뜨렸다.
퍼거슨 교수는 1970년대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실상 1960년대에 뿌리를 둔 결과라고 주장하며, 최근 상황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으로 장담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용 지표가 강한 턴어라운드를 이루지 못할 경우 연내 테이퍼링 시행이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를 늦추다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