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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채권이 쓰레기라는 주장이 나와 월가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극심한 저금리로 인해 현금이 장기간에 걸쳐 휴지 조각으로 취급 받았던 것처럼 채권 역시 투자자들에게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에서 활약할 당시 월가의 '채권왕'으로 통했던 빌 그로스는 2일(현지시각) 자신의 웹페이지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으로 미국 시장 금리가 무조건 오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장 초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29%에 거래됐다. 지난 수 개월 사이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크게 고조된 데 이어 지난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이를 공식 발표했지만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수익률은 바닥권에 머무는 실정이다.
그로스는 채권시장의 급반전을 예고했다. 앞으로 12개월 사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예상이 적중할 경우 투자자들은 총 수익률 기준으로 3%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주식 역시 한계 수위까지 오른 밸류에이션을 충족시킬 만큼 기업 이익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커다란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그로스는 주장했다.
빌 그로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로스는 "현금이 투자자들에게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이제 채권까지 쓰레기가 됐다"며 "연준이 테이퍼링에 본격 나서면 10년물을 중심으로 국채 수익률이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 금리 상승은 이견의 여지가 없고, 지금부터 주시할 부분은 상승 속도라는 얘기다. 금리 상승폭이 연 10bp(1bp=0.01%포인트) 내외로 완만한 수준에서 제한될 경우 10년에 걸쳐 오르더라도 채권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모면할 수 있겠지만 가파르게 오를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파월 의장이 월 1200억달러 규모로 시행중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연내 축소하기 시작할 입장을 밝힌 가운데 월가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연준이 제시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목표'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투자자들 사이에 고개를 들면서 테이퍼링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 차례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로스는 파월 의장의 발표대로 연내 테이퍼링이 개시된 후 내년 중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전면 종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도 미국 경제 회복이 이어지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도는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3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채권시장에 대한 약세론을 펼치며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1.25%에서 하락 베팅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의 약 60%를 흡수하는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경우 민간 투자자들이 이를 모두 소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입 역시 둔화되고 있어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기준 3% 급등하며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뛰어넘자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유니언 뱅케어 프리비의 모하메드 카즈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발표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주요국 국채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 0.36%로 상승, 1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