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우유 원유 가격 21원 인상...우유 가격 인상 불가피
가격 인상으로 국산 우유 경쟁력 하락....수입유·대체유 찾는 소비자 늘어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국내 우유 제품 가격이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낙농진흥회가 이달부터 우유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57원으로 21원(2.3%) 인상하면서 흰우유, 환원유 등 우유 제품의 원가부담이 크게 증가해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8.27 romeok@newspim.com |
우유 원유 가격의 이번 인상 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3년 전인 2018년(ℓ당 4원) 인상 폭의 5배에 달한다. 2018년 원유 가격 인상 당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소매가격을 기존의 3.6%인 93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4.5%인 116원을 인상했다. 올해 원유 인상안 우유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상당한 폭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에서는 원가부담이 '오래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조만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내 원유 가격은 다른 나라 대비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의 원유 ℓ당 가격은 각각 491원과 470원에 그친다. 지난 20년 간 국내 원유가격의 인상 폭도 72.2%로 일본 33.8%, 유럽 19.6%, 미국 11.8% 등 주요국에 비해 높았다. 높은 가격으로 국산 우유의 경쟁력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난해 식품 수입동향 자료를 보면 우유류 수입량은 2016년 1214톤에서 지난해 1만962톤으로 800%이상 폭증했다. 연평균 수입량 증가율은 73.3%에 달한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입 멸균우유가 새로운 인기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인사이트의 지난해 우유 관련 검색 순위에는 '수입멸균우유' 키워드가 57위에 올랐다. 아르보리아 우유, 폴스 우유, 파르키디아 우유 등 수입멸균유도 나란히 검색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수입멸균우유는 온라인에서 1ℓ당 1200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다. 반면 국내 흰우유 가격은 2500원 내외이고 멸균우유의 온라인 가격도 2000원을 넘는 수준이다. 기존 우유를 대신한 아몬드 밀크, 오트밀 밀트 등 대체우유를 찾는 소비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국산 우유에는 위협 요소다. 지난해 대체우유 시장은 2019년 대비 6%나 성장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값싼 수입 우유가 밀려들어오고 대체우유의 성장도 빠른 상황에서 국산 우유의 가격만 오른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요즘 소비자들은 '국산'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경쟁력 없이 가격만 높은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국산품 애용운동이 가능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생산비만 고려한 지금의 원유 가격결정제도는 단기적으로 낙농가를 보호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수입우유 대비 높은 가격만큼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산 우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결정제도가 아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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