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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미국 주식시장을 뒤흔든 거대 흐름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막강해진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다.
무료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Robinhood)를 사용해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불리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올 초 월가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나선 주식들을 대거 사들이며 주가 폭등을 견인, 기관들을 숏스퀴즈(공매도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하는 것)로 내모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금까지도 시장 움직임을 좌우하는 굵직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까지도 이러한 개미 투자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대상이 테슬라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 눈길을 끈다.
테슬라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힘 빠진 테슬라, 애플에 밀려
24일(현지시각) 온라인 투자정보매체 모틀리풀은 로빈후드 앱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 최근 테슬라에서 애플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로빈후드는 자사 앱을 사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100대 종목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보여주는데, 지난 4개월 동안 부동의 1위를 지키던 테슬라(종목명:TSLA)가 최근 2순위로 밀려난 것이다.
테슬라의 1위 자리를 밀어낸 것은 바로 애플(AAPL)이었다.
매체는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이른바 모멘텀 주식을 선호한다면서, 2019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주식 액면분할을 감안한 테슬라 주가는 30대 중반부터 900달러선까지 치솟아 개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로빈후드 사용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환경 문제에 민감해 전기차 기업이라는 점도 이들의 테슬라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로빈후드 투자자들의 보유 1순위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테슬라에서 애플로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테슬라 주가 흐름이 이렇다할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비트코인 관련 수익이나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을 제외하면 실적 역시 아직까지 별 볼일 없는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LA애플스토어를 찾은 팀 쿡 애플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브랜드파워는 역시 애플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테슬라가 아닌 애플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모틀리풀은 무엇보다 브랜드 벨류가 애플을 보유 종목 1위로 밀어 올린 가장 큰 요인일 것으로 분석했다.
정보업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가장 가치 있는 글로벌 브랜드에 꼽혔는데, 업체는 애플의 재정 전망이나 브랜드 역할, 브랜드 파워 등을 모두 감안해 2020년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3230억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2019년보다 38% 늘어난 수준이다.
브랜드 가치로는 애플에 이어 아마존이 2010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으며,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마이크로소프트(1660억달러)나 알파벳의 구글(1650억달러)보다도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테슬라를 제치고 개미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은 데는 애플의 영업 지배력(operating dominance)도 한 몫 한 것으로 평가됐다.
작년 5G 폰을 출시한 뒤 아이폰 수요는 더 빠르게 늘어나는 등 미국에서 애플은 스마트폰 기업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지난 3개 분기 동안 애플은 1531억달러어치의 아이폰을 팔아 1년 전 같은 기간의 418억달러 매출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매체는 또 애플을 서비스/가입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끊임없는 노력 역시 높이 사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여겨지는 애플의 주주환원 프로그램 역시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부분으로 꼽혔다.
와이차트(YCharts)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애플의 평균 분기 자사주매입 금액은 157억달러에 달하며, 지난 9년 동안 분기 배당금 역시 132% 인상했다.
매체는 또 팀쿡 CEO를 비롯한 애플 이사회는 애플이 플랫폼 기반의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기다려준 장기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으로 화답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